[헬스&뷰티]나의 브랜드 ‘얼굴’…얼굴의 의미 어떻게 변했나

  • 입력 2006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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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여류 추리소설가인 미네트 월터스의 소설 ‘여류 조각가’.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가 어머니와 여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판사는 ‘인간성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괴물’이라며 무기징역형을 선고한다. 추한 외모처럼 내면도 추할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이 여자는 무죄로 판명되고 선량하게 생긴 사람이 진범으로 밝혀진다.

소설 속의 얘기만일까. 아니다.

1960년대 초 미국에서 배심원들을 상대로 실험을 했다.

남녀 배심원 각각 5명에게 잘 생겼거나 예쁘게 생겼다고 평가된 죄수 그룹(A)과 못생겼거나 보기 흉하다는 평가를 받은 죄수 그룹(B)을 재판하게 했다.

A그룹에 부과된 벌금은 평균 5041달러. B그룹은 10만52달러였다.

무려 20배의 차이가 났다. 물론 배심원 중 누구도 외모를 고려했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1974년 캐나다에서 치러진 선거에서는 얼굴이 매력적인 후보가 그렇지 않은 후보보다 2.5배 더 많은 표를 얻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꽃미남(꽃처럼 예쁜 남자), 얼짱(얼굴이 아주 잘생긴 사람), 자연미인(얼굴을 뜯어고치지 않은 미인), 생얼(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 훈남(얼굴이 못생겼지만 정이 가는 남자)….

얼굴과 관련된 신조어들은 이 시대의 세태를 반영한다.

마치 얼굴을 빼놓으면 대화가 되지 않는 시대가 된 듯하다.

21세기의 화두가 된 얼굴은 모양의 차이를 통해 인간 개개인을 구별하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서고 있다.

사회적 문화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해 주기도 한다.

특히 여성에게 있어 얼굴은 싫든 좋든, 무시할 수 없는 ‘힘’이다.

얼굴이 권력화하고 있는 것이다.

종이 위의 얼굴, 사진 속 얼굴, TV 화면에 비친 얼굴. 우리는 수없이 많은 얼굴을 만난다.

기원전 유목민들이 평생 만난 얼굴보다 훨씬 많은 얼굴을 매일 만난다.

얼굴은 내 눈으로 보는 다른 사람의 모습, 그리고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는 내 모습을 뜻한다.

남에게 자신을 처음으로 드러내는 일종의 공개된 ‘신분증’이다.》

○ 얼굴은 내면의 반영

사전적인 의미로 얼굴은 ‘눈 코 입이 있는 머리의 앞면’을 말한다. 이마는 머리에 속한다. 해부학적으로 얼굴은 미간부터 턱 끝까지를 포함한다.

우리 조상들은 얼굴을 얼(정신)이 몰려 있는 굴이라고 생각했다. 얼이 들어오고 나오는 통로로도 여겼다. 겉으로 보이는 외면만이 아니라 한 인간의 내면까지 포함시켜 철학적으로 파악한 것이다. 영어로 얼굴은 ‘페이스(face)’다. 널빤지란 뜻의 라틴어 ‘파키에스(facies)’에서 유래했다. 이는 앞뒤로 볼록한 동물과 달리 인간의 얼굴만이 넓적한 형태를 띠어 붙여진 말이다.

○ 성형하면 운명이 바뀔까

관상학적으로 얼굴에는 ‘오욕칠정(五慾七情)’이 그대로 드러난다. 국제관상학회 회장인 김광일 철학원 원장은 “얼굴을 보면 지능 금전운 애정운 자손운 선악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뺨과 입술을 구분하는 선, 콧구멍과 코를 구분하는 선, 그리고 눈과 관자놀이를 구분하는 선이 뚜렷하면 쾌활한 성격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웃을 때 생기는 선이기 때문이다.

그럼 성형수술을 하면 운명도 바뀔까.

역술가들은 성형을 통해 얼굴이 변해도 근본적인 운명의 변화는 없다고 얘기한다. 사과나무를 개량하면 생산량을 늘리고 당도를 높일 수 있지만 배나무가 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란다.

다만 얼굴에 불길한 부위가 있어도 고운 마음을 갖고 덕행을 많이 쌓으면 흉상(凶相)이 길상(吉相)으로 변해 흉운(凶運)이 길운(吉運)으로 바뀐다. 수상(手相)보다 관상, 관상보다 심상(心相)이라는 얘기다.

○ 시대에 따라 얼굴도 변한다

한국인의 얼굴은 귓구멍에서 코밑까지 직선거리가 세계에서 가장 짧은 특징을 보인다. 얼굴이 납작하다는 얘기다.

한서대 부설 얼굴연구소 조용진(56) 소장은 “오늘날 한국인의 얼굴은 통일신라시대 이후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6세기 이전 발견된 유골은 윗니와 아랫니가 딱 들어맞는 정교합이지만 그 이후의 유골에선 윗니가 1mm 이상 나온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일제시대인 1910년 일본인 해부학자들은 전국 128개 군을 돌아다니며 한국인 2만 명의 얼굴을 측정했다. 이때의 얼굴과 1970년대 이후 태어난 한국인의 얼굴은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인의 얼굴 폭이 60년 전에 비해 여자는 8mm, 남자는 4mm 커졌다. 얼굴 길이는 여자가 11mm, 남자가 7mm 길어졌다. 얼굴이 갸름해지고 길어졌다는 얘기다.

○ 좋은 얼굴, 건강한 얼굴

돌출된 입, 주걱턱, 매부리코, 축 늘어진 피부, 매서운 눈초리, 늘어진 눈꺼풀, 생기 없는 눈동자…. 못생긴 얼굴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반대로 육감적인 입술, 생기 넘치는 눈빛, 볼록 튀어나온 이마 등은 예쁜 얼굴을 묘사할 때 쓰인다.

그럼 어떤 얼굴이 좋은 얼굴, 건강한 얼굴일까.

관상학자들은 못생기고 우락부락해도 눈의 동공이 뚜렷하고 눈빛이 살아 있으면 ‘좋은 얼굴’로 친다. 잘생긴 얼굴이라도 동공이 풀리고 눈빛이 죽어 있으면 운이 좋지 않다.

성형외과의사 등 전문가들은 피부란 요소를 빼면 턱선이 원만하고 좌우가 균형 잡힌 얼굴을 ‘건강한 얼굴’로 꼽는다. 턱선이 뾰족한 사람은 기운이 약하며 체력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건강한 얼굴을 갖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습관이 중요하다.

우선 음식을 먹을 때 오른쪽 왼쪽 번갈아 가며 골고루 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오른쪽 5번, 왼쪽 5번 식으로 번갈아 씹는 연습을 시킨다.

잠잘 때는 한쪽으로 자는 것보다 방향을 바꿔가면서 자는 게 좋다. 공부할 때나 TV를 볼 때 무의식적으로 턱을 고이는 것도 얼굴이 비뚤어지는 원인. 또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 직립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균형 잡힌 얼굴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모니터에 가까이 가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에 몰입할 때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목뼈가 앞으로 휘고 턱이 아래로 떨어진다. 또 자연스럽게 입이 벌어지고 코가 아닌 입으로 호흡을 하게 된다. 그러면 코에 산소부족 현상이 생겨 중안부(가운데 얼굴)의 조직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게 된다.

글=이호갑 기자 gdt@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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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33%정도 북방계 이마 높고 쌍꺼풀 없어

얼굴은 형태학적으로 크게 북방계와 남방계로 나뉜다.

남방계는 두개골이 육면체이며 위아래로 납작해 얼굴의 길이가 짧다. 이마는 좌우가 넓고 상하가 좁으며 앞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왔다. 눈이 크고 눈썹이 진하며 쌍꺼풀이 있다. 미간에서 코밑까지 거리가 57mm 정도다. 입술이 두껍고, 이가 작으며, 귓불이 크고, 머리카락이 굵은 특징을 보인다.

북방계는 남방계와 반대로 보면 된다.

인류는 본래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남방계였다. 북방계는 인류가 빙하기를 거치면서 영하 50∼60도의 추위를 1만5000년 견디는 과정에서 생긴 돌연변이다. 북방계 일부는 시베리아를 지나 북미로 가 인디오가 됐다. 중국 양쯔 강 남쪽 낭림산맥을 기준으로 위는 북방계, 아래는 남방계가 분포한다.

북방계와 남방계의 구분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예방의학적 이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당뇨는 남방계 얼굴에서 발병률이 높다. 타이티 주민의 98%가 당뇨에 걸린 반면 몽고에는 당뇨가 거의 없다.

대체로 북방계는 쌍꺼풀이 없다. 따라서 쌍꺼풀의 유무를 추적하면 시베리아 북방계가 산지 내륙을 따라 이동한 흔적이 나타난다. 충북 산간 주민의 93%는 쌍꺼풀이 없지만 경남 해안가 주민 56%는 쌍꺼풀이 있다. 전국 평균으로는 68%가 쌍꺼풀이 없다.

경남 통영에서 발견된 6000년 전 인골을 복원한 결과 아프리카 원주민의 얼굴과 흡사했다. 그로부터 4000년 뒤의 경남 사천 인골 역시 얼굴 크기는 커졌지만 흑인을 닮았다. 동남아시아를 통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2300년 전 충북 제천에서 발견된 인골은 북방계였다. 현재는 북방계 33%, 남방계 23%, 나머지는 중간형.

과거 한국에서는 주로 북방계 얼굴이 선망의 대상이었다. 넓은 이마, 작은 눈과 입술, 흰 피부, 초승달처럼 가는 눈썹을 가진 여자가 미인으로 꼽혔다. 머리털을 족집게로 뽑아 이마를 넓히는 행위가 유행했다.

이는 북방계 출신들이 부여 발해 고구려 백제 등의 나라를 세우고 권력을 잡으면서 생긴 현상이다. ‘쌍꺼풀이 있고, 털이 많고, 눈동자가 크면 천한 상이다’, ‘이마가 높으면 관운이 있다’는 말이 이를 증명한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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