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야 뭐하니’는 3류 성인잡지 기자 고병희(고현정)가 아홉 살 어린 남자 박철수(천정명)와 우연히 하룻밤을 같이 보낸 뒤 벌어지는 좌충우돌 연애담이다. 주인공 직업부터 이미 ‘삼순이’보다 성적 표현의 더 높은 수위를 예고하고 있다.
30대 초반으로 미혼인 여주인공의 화장기 없는 얼굴과 만사가 귀찮은 듯한 표정은 두 드라마가 닮았다. 김삼순(김선아)의 뱃살을 떠올리게 하는 병희의 턱살은 ‘아줌마같은 아가씨’임을 강조하고 있다. 나이에 맞지 않게 어리광을 부리거나 시집을 못간다는 이유로 구박받는 노처녀가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줄거리도 흡사하다.
하지만 ‘여우’는 ‘삼순이’보다 야하디 야하다. 첫 장면에 나오는 병희의 상상부터 그렇다. 병희는 상상 속에서 한 남자(이혁재)에게 자기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게 하고 교태를 부린다. 이 장면은 삼순이와 첫날밤을 보낸 남자가 코피를 흘리는 장면보다 훨씬 더 나아간 것이다.
철수가 병희의 손을 바지 위 가운데 부분에 갖다 대며 “여길 만져, 정직하게”라고 말하는 장면도 거침없다. 이것도 삼순이가 잠 못 이루며 “너무 굶은 거야”라고 한탄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병희는 또 산부인과에서 질초음파 검사를 받다가 “그거 하면 처녀막은 어떡해요? 저 처녀거든요”를 외치기도 한다.
캐릭터 면에서는 병희가 삼순보다 약하다. 삼순이는 화가 나면 손부터 올라갔지만, 병희는 가족과 친구를 챙기면서도 무시당한다.
권석장 PD는 “‘내 이름은…’과 비교하는 이들이 많지만 기획의도가 다르다”며 “‘여우…’는 ‘화장실 유머’처럼 솔직한 성과 화끈한 웃음을 보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고현정‘음란 처녀’변신‘여우야 뭐하니’ 제작발표회
고현정·천정명, 한 이불속 다정다감 포스터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