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초연되는 창작 뮤지컬 ‘컨페션’은 단번에 입맛을 사로잡는 단맛이 아닌, 꼭꼭 씹을수록 짙어지는 맛으로 승부를 내려는 작품이다.
‘고백’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컨페션’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이 있음직한, 가슴 한쪽에 바람이 이는 것 같은 짝사랑의 아픔과 그 고백에 대한 이야기다. 관객을 확 끌어당기는 강렬함은 없지만 극 중반 이후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린 감정들이 마지막에 빚어내는 울림은 제법 아릿한 여운을 남긴다.
청력을 잃어가는 인기 작곡가 주현(정성화). 점점 들리지 않는 귀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오랜 연인사이였던 톱 여가수 혜미(최우리)와도 헤어진 상태. 그런 주현을 가수 지망생 태연(윤공주)이 짝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주현과 혜미는 다시 시작하고, 단 한번도 마음을 털어놓지 못한 태연은 혜미를 위해 피아노를 치는 주현 곁에서 홀로 ‘들리지 않는 사랑고백’을 하며 끝난다. 전형적인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듣지 못하는 주현에게 사랑 고백을 하는 태연의 마지막 미소는 슬프지만 따뜻한 감동을 준다.
11곡의 노래 중 주현의 솔로곡 ‘굿바이’와 주현과 혜미의 2중창 ‘약속해요’ 등은 관객의 마음을 파고든다.
‘컨페션’은 초연작 치고 매끄러운 완성도를 보인다. 하지만 영화 ‘괴물’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요물’처럼 극의 전개와 관계없이 잔웃음을 이끌어내기 위해 삽입된 에피소드들은 마치 늦가을 정취에 한껏 젖어 있다가 한여름 비키니 차림을 만난 것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섬세한 연기가 필요한 작품임에도 주현 역의 정성화를 제외하고는 배우들의 연기가 무르익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
커튼콜까지 모두 끝난 뒤에 주현이 돌아와 태연에게 데뷔곡을 선물하는 내용의 짧은 에필로그가 펼쳐진다. 어쩌면 사족(蛇足) 같은 이 에필로그는 창작 뮤지컬에서 모처럼 맛본 ‘슬프면서도 행복한’ 엔딩에 빠져 있던 관객에게 디저트라며 달콤한 막대사탕을 기어이 쥐어주고 마는 ‘과잉 친절’로 보여 되레 아쉽다. 11월 19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화∼금 오후 8시, 토 4시 7시, 일 공휴일 3시 6시. 3만, 4만 원. 02-501-7888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구독 99
구독 820
구독 516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