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8>樂出虛

  • 입력 2006년 9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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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에 ‘樂出虛(악출허)’라는 말이 나온다. ‘樂’은 ‘음악, 음악소리’라는 뜻이다. ‘出’은 ‘어떤 기준점을 벗어나는 행위’를 나타낸다. 밖에서 보면 ‘나오다’가 될 것이고, 안에서 보면 ‘나가다’가 될 것이다. ‘出家(출가)’는 ‘집을 나가다’ 혹은 ‘집을 나오다’라는 뜻으로 불가(佛家)에서는 ‘집을 떠나 불교에 귀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出嫁(출가)’의 ‘嫁’는 ‘시집가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出嫁’는 ‘집을 나가서 시집가다’라는 뜻인데 이는 ‘여자가 집을 떠나 시집가는 행위’를 나타낸다.

‘虛’는 ‘비다’라는 뜻이다. ‘虛空(허공)’은 ‘빈 공간’이라는 뜻이며, ‘虛無(허무)’는 ‘비어서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나타낸다. ‘虛心坦懷(허심탄회)’는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편하게 하다’라는 말이다. ‘坦’은 ‘편하다, 너그럽다’라는 뜻이며, ‘懷’는 ‘가슴, 생각’이라는 뜻이다. ‘비다’라는 의미로부터 ‘쓸 데 없다, 헛되다, 형식적이다’라는 의미도 나왔다. ‘虛費(허비)’는 ‘쓸 데 없이 낭비하다’라는 말이며, ‘虛名(허명)’은 ‘헛된 명예’, ‘虛禮(허례)’는 ‘형식적인 예의’라는 말이다.

이런 의미를 정리하면 ‘樂出虛’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는 빈곳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된다. 아름다운 소리는 정말 빈곳에서 나오는가? 북소리는 북에서 나온다. 그런데 북의 중심부는 비어 있다. 북의 중심부가 무엇인가로 가득 메워져 있다면 북은 울리지 않을 것이다. 나팔도 중심부는 비어 있고, 가야금도 비파도 피리도 중심부는 비어 있다. 현대의 악기인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가운데는 비어 있다.

장자는 ‘樂出虛’를 말하면서 사람도 마음을 비워보라고 권한다. 마음을 비우면 진실이 보이며 진실된 소리가 나지만, 마음이 욕망으로 차 있으면 진실은 보이지 않고 진실된 소리도 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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