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나이 많을수록 위험 증가
질 출혈 있을 땐 바로 병원 찾아야
얼마 전 둘째 아기를 임신했다가 6주 만에 유산했던 회사원 이주희(31·서울 성동구 행당동) 씨. 첫째 아기 임신 때는 별 무리 없이 자연분만에 성공했던 이 씨는 둘째 아기를 임신한 뒤 몸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을 후회했다.
하루에 4, 5시간은 바쁘게 뛰어다니고 밤 12시가 넘게 야근한 적이 많았다. 이 씨는 피어나지 못한 둘째 아기에게 자책감을 느껴 우울하게 지냈다. 하지만 최근 친구뿐만 아니라 시어머니도 유산 경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유산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성균관대 의대 제일병원 산부인과 양재혁 교수는 “유산은 임신 여성 10명 가운데 1명꼴로 발생한다”면서 “임신 2∼3개월(8∼12주)의 유산이 70∼8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태아 염색체 이상 - 산모 질환 등이 원인
유산은 임신 3개월 이후에는 발생 빈도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아기의 태반이 완성되는 임신 5개월 이후로는 유산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초기 유산의 반수 이상이 염색체 이상 때문에 발생한다. 적자생존의 법칙이 작용해 태어나서 제대로 생존하기 힘든 태아가 임신 초기에 걸러지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엄마의 감염 질환이나 갑상샘(갑상선) 질환, 당뇨병, 영양결핍, 약물복용 등도 초기 유산의 원인이다. 산모가 흡연이나 음주를 하면 유산의 개연성이 높아진다.
많은 여성이 나이가 들어 결혼한 뒤에도 출산을 늦추기 때문에 초기 임신 연령이 높아져 유산이 늘고 있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박중신 교수는 “통계적으로 보면 산모가 아이를 분만한 출산 경험이 많을수록, 또 산모나 남편의 나이가 많을수록 유산의 위험도가 증가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빠 연령이 40세 이상이면 20∼25세일 때에 비해 아이의 유산 가능성이 3배가량 높다.
○ 오래 서서 일할 땐 한쪽 발 올려놓아야 부담 줄어
유산을 직접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엄마가 몸과 마음 상태를 편안하게 유지해 태아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평소 오랫동안 서서 일하면 허리와 배에 무리가 가서 자궁이 수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때는 받침대에 한쪽 발을 올려놓고 일하면 허리 부담을 훨씬 줄일 수 있다. 또 갑자기 놀라거나 쇼크를 받을 일을 미리 피하는 것이 좋다. 배에 진동을 가하거나 강한 영향을 주는 동작도 되도록이면 피해야 한다. 갑자기 배가 단단해진 듯한 느낌이 오면 하던 일을 중단하고 곧바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포천중문의대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차동현 교수는 “유산에 지나치게 신경이 쓰이는 사람은 임신 8주까지 매주 병원을 방문해 초음파 검사를 통해 태아가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두 번 이상 연속해서 유산하면 습관성 유산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부모의 염색체 검사, 엄마의 면역학적 검사, 자궁기형 검사 등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 유산 후엔 2주 정도 쉬며 몸 추슬러야
임신 초기에 나타나는 유산의심 증세는 질 출혈이다. 임신부 4, 5명 가운데 1명꼴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절반이 유산으로 이어진다. 임신 초기에 출혈이 있을 경우엔 안정을 취한 뒤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로 태아와 자궁 상태를 파악해 필요할 경우 유산방지 약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10주 이전에 유산되면 대부분 태아와 태반이 동시에 배출되지만 10주 이후에는 따로 배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 태반의 일부 또는 전부가 자궁 안에 남으면 자궁수축을 방해해 출혈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은 간단한 수술을 통해 제거할 수 있다. 유산한 산모의 몸이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려면 적어도 1, 2주 정도 휴식을 취해야 한다. 임신 7개월경이 돼서 생기는 유산은 일반적인 출산과 같은 경과를 거쳐서 나오게 된다. 차 교수는 “유산한 여성이 다음에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확률은 75∼80%로 높다”면서 “한번 유산을 했다고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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