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미술관 지으며 제2인생… 비웃던 사람도 태도 달라져”

  • 입력 2006년 9월 26일 03시 07분


원로 조각가인 서울시립대 김창희 명예교수가 충남 서천군 비인면 다사리 ‘춘장대 하늘공원’ 예정 터에서 도면을 보여 주며 디지털아트미술관 조성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천=이기진 기자
원로 조각가인 서울시립대 김창희 명예교수가 충남 서천군 비인면 다사리 ‘춘장대 하늘공원’ 예정 터에서 도면을 보여 주며 디지털아트미술관 조성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천=이기진 기자
“시골에 명문 미술관을 짓겠다고 하니 웃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가 주목하는 디지털 예술의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30여 년간의 대학교수 생활을 마감하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서울시립대 김창희(69) 명예교수. 그는 요즘 예술과 지역개발의 개념이 혼합된 새로운 공간 창조에 분주하다.

홍익대 조각과를 졸업한 뒤 1978년부터 서울시립대 강단에 서기 시작한 그는 1986년 아시아경기 때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조각품을 띄워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는 1983년에는 소속 대학에 처음으로 환경조각과를 창설해 전시장 속에 머무는 순수조각과는 개념이 다른 자연공간이나 사회현장 속의 조각가로 유명하다.

그는 고향인 충남 당진군 대호지면 두산리 4만5000여 평에 미술관을 조성해 국내 조각가의 오픈 전시장으로 탈바꿈시켜 국민들이 여가와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했다.

2003년 대학 교수직에서 물러난 그는 예술은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공공성을 띠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졌다.

예술 공간이 순수성을 지니면서도 여가와 휴양이 어우러져 결국 지역발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

그는 이를 위해 옛날 염전 땅인 충남 서천군 비인면 다사리 춘장대해수욕장의 인근 1만5000여 평을 사재로 매입했다.

이곳은 판문점과 한반도 남쪽 끝인 전남 해남군 토말을 일직선으로 그으면 정가운데에 위치하는 곳. 그래서 그는 이곳을 ‘서해안의 정동진’ 또는 ‘서해안의 배꼽’이라 부른다.

23일 현장에서 만난 그는 얼굴이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김 명예교수는 이곳에 150억 원을 들여 2008년까지 ‘다사리 춘장대 하늘공원’이라는 미술관 타운을 짓기로 하고 국내외 현상공모전을 통해 40여 점의 작품을 확보했다.

서천군도 지역 명물로 뒷받침하기 위해 김 명예교수를 전폭적으로 돕고 있다.

그가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고 백남준 씨 주도의 비디오아트와는 장르가 전혀 다른 새로운 분야의 디지털 아트.

지난해 독일 쾰른 아트페어에 참가한 뒤 독일의 디지털아트뮤지엄(D.A.M.)과 협약해 D.A.M.이 개발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공받아 국내 최초의 디지털아트뮤지엄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김 명예교수는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1회씩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한 현상 공모전을 통해 우수작품을 확보 전시해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공공예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천=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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