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산하 문화유산발굴조사단이 전국 사찰의 불상에 X선 기계를 들이댈 때마다 스님들에게 듣는 말이다. ‘부처님’의 형상인 불상은 위치이동이나 촬영이 극도로 제한된다.
그럴 때마다 조사단원들은 ‘한국의 사찰 문화재 조사’(문화재청·조계종 공동 진행)의 취지를 꼼꼼히 설명한다.
2001년 시작된 사찰 문화재 정밀 조사는 강원 전북 충남 충북 전남을 거쳐 올해는 경북에 이르렀다.》
○ 보물급 보살의 속살
이 조사를 통해 보물급 불상들의 비밀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조사과정에서 대구 동구 파계사에 소장된 대구파계사목관음보살좌상(大邱把溪寺木觀音菩薩坐像·보물 992호)은 목조 불상이 아닌 ‘건칠불(乾漆佛)’로 드러났다.
건칠불이란 나무로 골격을 만든 뒤 옻을 입힌 삼베나 모시를 여러 번 감싸 몸의 윤곽을 만들고, 세부모습(코 귀 입 눈 등)은 나무 가루에 옻을 섞어 만드는 독특한 불상이다. 표면이 도금된 사찰불상은 내부 재료에 따라 소조불(흙), 목조불, 석불, 철불 등으로 구분된다. 국내에서 건칠불은 극소수만 존재해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
고려 후기 계열인 이 불상은 ‘세종 29년(1447년) 다시 만들었다’고 적힌 내부 소장 기록에 따라 제작연대가 세종 이전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건칠불은 주로 14∼15세기경에 제작됐다. 몸체는 가벼우며 천을 사용했기 때문에 불상의 옷 주름, 얼굴의 선이 목조나 석조와 달리 유려하고 부드럽다.
하지만 삼베나 모시를 겹쳐 가며 칠을 입혀야 하기 때문에 극도의 섬세함이 요구된다. 제작에 돈도 많이 든다.
정은우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고려 말 친원(親元) 세력이 원나라의 경제력, 라마교의 화려함 등에 영향을 받아 건칠불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북 월성군 기림사 경내 기림사건칠보살좌상(祇林寺乾漆菩薩坐像·보물 415호)은 X선 촬영과 전자현미경 표피 검사를 통해 종이로 만든 지불상으로 드러났다. 연산군 7년(1501년)에 제작된 이 불상은 그동안 유례가 드문 건칠불로 알려져 있었다.
또한 토불로 알려진 충남 금산군 신안사 아미타불의 경우 조사를 통해 목조불로 드러났다.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위원회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목조’ ‘건칠’ 등 불상 재료에서 유래한 문화재 이름을 바꿀 예정이다.
○ ‘CSI 과학 수사대’같은 문화재 조사
그동안 문화재 현장 조사와 분석은 육안에 의존해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첨단 과학 정밀 분석 장비를 이용해 문화재에 사용된 재료, 제작 기술 등을 밝혀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분석방법은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운 벽화, 단청의 밑그림, 덧칠, 안료의 재질을 파악하는 적외선 △목조불, 건칠불 등 내부 구조 파악에 사용되는 X선 △투과력이 강해 10cm 이상 두께의 동종, 철불에 사용되는 감마선 △내부 단층까지 3D 입체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다양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실 황진주 연구원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국내에서도 첨단 기법이 활용될 경우 고대 문화재의 재질, 유물별 제작기법 등의 판별이 더욱 정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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