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 같던 강수진, 천방지축 말괄량이 됐다

  • 입력 2006년 9월 26일 20시 01분


사진제공 성남아트센터
사진제공 성남아트센터
사진 제공 국립발레단
사진 제공 국립발레단
백조같이 우아하던 강수진이 천방지축 말괄량이가 되어 무대를 뛰어다닌다면? 고고한 모습으로 뭇 남성들을 설레게 했던 영화 '쉘 위 댄스'의 여주인공이 흐느적흐느적 섹시하게 다가온다면?

발레 팬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발레 공연 2편이 연달아 10월 무대에 오른다. 발레리나 강수진과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내한 공연인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국립발레단의 '카르멘'. 두 작품 모두 국내 초연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귀국 공연마다 발레 팬들을 사로잡았던 발레리나 강수진이 2004년 '오네긴'에 이어 2년만에 다시 한국 무대에 선다. 이번에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망가진' 모습으로.

이번에 공연하는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드라마틱한 발레의 비극적인 연기로 정평이 나있는 발레리나 강수진의 첫 코믹 발레 도전 작품이다.

"1997년 독일에서 이 작품을 억지로 맡게 됐는데 내 스스로 코믹 발레에 안 맞는다고 생각해 발레단 측에 '제대로 못하면 언제든지 괜찮으니 나를 자르고 다른 발레리나를 시키라'고 말했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막상 공연을 하면서 의외로 내 안에 코믹한 구석이 있음을 발견했고 이 작품 이후 코믹 연기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죠." (강수진)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안무가 존 크랑코가 발레로 풀어낸 작품. 유쾌한 신사 페트루치오는 매력 있지만 성격이 고약한 카타리나와 결혼한 뒤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사랑스러운 아내로 길들여간다. '카타리나'를 맡은 강수진은 이 작품에서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남자들을 골탕 먹이는 선머슴 같은 연기를 선보인다.

경기 분당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14, 15일 오후 5시. 5만~18만원. 031-783-8000

●카르멘

국립발레단이 아시아 초연으로 무대에 올리는 '카르멘'은 무용수들이 토슈즈를 벗어던지고, 무용수들이 무대 위에서 담배를 피우는 등 기존의 전통적인 클래식 발레에서 볼 수 없던 파격적인 모습과 현대적인 안무를 만날 수 있는 모던 발레다.

유럽 모던 발레의 선구자라는 찬사를 듣는 안무가 마츠 에크의 작품. '대머리 백조'를 등장시킨 안무가 에크의 '백조의 호수'로 국내에도 알려진 스웨덴 쿨베리 발레단이 1992년에 초연했다.

이번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캐스팅. 초연 당시 '카르멘'을 맡았던 발레리나 안나 라구나가 캐스팅을 위해 내한하기도 했다. 발레리나 출신으로 영화 '쉘 위 댄스'의 여주인공을 맡았던 쿠사카리 타미요를 비롯해 올 봄 '브누아 드 라 당스'상(최고 여성무용가)을 수상해 세계적인 발레리나로 발돋움한 김주원과 국립발레단의 솔리스트 노보연 등이 트리플 캐스팅돼 각기 다른 뇌쇄적인 카르멘을 보여준다. 남자 주인공 호세 역은 장운규와 이원철이 번갈아 맡는다. 50분인 '카르멘' 공연에 이어 조지 발란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심포니 인 C'도 함께 공연된다.

24~28일 화~금 오후 8시, 토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2만~10만원. 02-587-7890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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