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머리’는 충남 서천군에 있는 오태석의 고향이며 작품에서는 가상의 공간으로 등장한다. 젊은 사람들이 도회지로 떠나고 아이 울음소리는 그친, 노인들만 남아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6·25전쟁 때 친구를 죽인 죄로 50년간 복역한 노인 지수원이 출소해 갈머리에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이 기본 줄거리를 이룬다. 50여 년 만에 귀향하는 지수원이 변해 버린 마을에 충격을 받지 않도록 마을 사람들은 맹수가 출몰하는 마을의 외진 곳을 50년 전의 모습으로 되돌리고자 한다. 자신이 돌로 쳐서 죽여야 했던 친구의 유골을 추슬러 제대로 거두고자 고향에 온 지 노인. 하지만 그날 밤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진다.
지수원이라는 인물 속에 역사의 아픔 등도 슬쩍 녹아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 작품이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노인들이 갖고 있는 삶에 대한 지혜와 현명함이다.
노인들이 아르바이트 삼아 ‘맹도견’이 되겠다고 연습하는 에피소드가 삽입되는 등 ‘만화 같은 연극’을 표방했다. 귀를 커다랗게 분장하고 나오는 배우들의 모습도 마치 한 편의 우화를 연상시킨다. 2시간 가까운, 길고 실험적인 작품을 주로 내놨던 오태석의 연극은 지난해 무대에 올린 ‘용호상박’처럼 계속 짧아지고 친절해지는 듯하다. 이번 작품의 공연시간은 80분.
30일∼10월 8일 오후 4시, 7시 반. 10월 4일만 오후 7시 반. 서울 남산 드라마센터. 1만∼2만5000원. 월요일 공연 없음. 02-745-3966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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