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작품은 프랑스 낭트 국립 클로드 브뤼마숑 무용단의 ‘심연의 우수’. 이 작품을 ‘유해하다’고 판단한 곳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무대공연 소위원회. 야간 업소 공연이 아닌 예술 공연이 영등위로부터 ‘유해판정’을 받는 사례는 드물다.
이 공연이 유해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남녀 무용수들이 옷을 벗은 채(실제로는 살색 옷을 입은 반나체) 앉아 있는 한 장의 사진(오른쪽).
한 심의위원은 “심의에서는 작품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에 대한 유해성 여부만 판단한다”며 “이 공연의 경우 (사진 속 무용수의) 자세가 ‘선정적’이라는 점 때문에 유해판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참가작 중 전라의 남자무용수들이 등장하는 일본 무용단 다이라쿠다칸의 ‘병 속의 천국-오디세이’는 유해판정을 받지 않았다. 이유는? 주최 측이 영등위에 제출한 사진에는 나체 장면이 없었던 것.
심의는 어차피 공연기획사가 제출하는 자료를 토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유해성 심의는 형식적으로 이뤄질 뿐이다.
한 공연기획자는 “영화와 달리 현장예술인 공연의 경우 심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작품의 선정성 여부를 사진 한 장만으로 판단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등위의 ‘유해판정’은 공연 여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주최 측이 필요할 경우 자체적으로 적정 관람 등급을 정한다.
시댄스 측은 “유해판정을 받은 클로드 브뤼마숑 무용공연과 성기 노출이 예상되는 다이라쿠다칸의 경우 ‘15세 미만 관객은 부모의 관람 지도가 필요하다’는 안내문을 내보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 예술가들은 등급 표시에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 2003년 전라 공연으로 화제를 모은 프랑스 프렐조카주 발레단은 내한 공연 당시 계약서에 ‘공연에 대해 어떠한 제한 문구를 넣는 것도 원하지 않으며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원하는 사람에게는 보여줄 것’이라는 내용을 명시한 바 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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