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 동맹, 부여의 영고, 동예의 무천….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은 언제 시작됐을까.
신라의 ‘길쌈놀이’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지만, 가을에 추수에 감사하는 제사를 드리고 함께 즐겼던 고대 초원국가의 제천의식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올해 추석에 고구려가 새삼 떠오르고 있다. TV에서는 ‘주몽’(MBC) ‘연개소문’(SBS) ‘대조영’(KBS) 등 고구려 사극이 연일 불을 뿜고 있고, 국립중앙박물관 내 극장 ‘용’에서는 추석 연휴부터 고구려 춤이 상설 공연될 예정이다. 추석을 앞두고 ‘주몽’의 두 주인공 송일국(주몽)과 한혜진(소서노)을 만났다.》
26일 오후 1시 경기 용인시 백암면 드라마 ‘주몽’ 촬영장. 추석을 앞두고 송일국의 팬클럽 회원들이 정성껏 준비해 온 음식을 펼쳐놓고 자그마한 파티를 벌였다. 추석 연휴기간에도 촬영 때문에 집에 가지 못할 송일국 한혜진 등 배우와 촬영 스태프들을 위로하기 위한 자리였다.
“글쎄요. 추석은커녕 차례를 지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어머니(김을동)도 ‘마파도2’ 촬영이 한창이라 가족들이 뿔뿔이 헤어진 채 추석을 보낼까봐 걱정이에요. 어머니 얼굴 뵌 지도 한참된 것 같아요.”(송일국)
“어쩌면 추석 때도 송일국 씨랑 같이 보낼 것 같아요. (둘 다 웃음) 추석 때는 가족과 함께 있으면 좋겠어요. 작년엔 ‘굳세어라 금순아’ 때문에, 재작년엔 아침드라마에 출연하느라 몇 년째 추석을 촬영하면서 보냈지요.” (한혜진)
두 사람은 바쁜 촬영 현장에서도 예쁜 한복으로 갈아입고 동아일보 독자를 위한 추석 인사를 잊지 않았다. 송일국은 “지난여름 수해를 입은 분들도 많고 추석이 힘겨운 이웃들도 많을 텐데, 함께 나누며 마음의 풍성함을 느끼는 한가위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고, 한혜진은 “요새 일교차가 큰데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추석을 건강하게 보내시길 빈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두 사람에게 추석에 얽힌 추억을 물었다.
“차례를 지내고 친척들이 다 돌아가면 가족이 모여서 조용한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했어요. 제가 녹두전을 무척 좋아해서 한 자리에서 몇 장씩 먹었던 기억이 나요. 다행히 소화기능이 탁월해서인지 추석은 물론 태어나서 한 번도 체한 적은 없어요.”(송)
“주로 외할머니 댁에 갔어요. 어릴 때부터 제가 만든 송편을 전부 합치면 몇 천개는 될걸요. 추석 때면 전 부치고 송편 빚고 부엌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이래 봬도 제가 송편 만드는 실력은 정말 좋아서 예쁘게 잘 만들어요.”(한)
드라마 속에서는 주몽과 소서노가 젊은 시절 우연히 만나 사랑을 싹 틔우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삼국사기’에 따르면 졸본부여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날 당시 주몽의 나이는 22세, 소서노는 전남편 우태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둔 37세의 과부였다.
그러나 소서노는 자신의 재력과 군사력으로 동부여에서 도망쳐 온 주몽을 도와 고구려를 세웠으며, 주몽에게 버려진 뒤에는 자신의 두 아들인 비류와 온조를 데리고 한강 유역으로 가 비류백제와 온조백제를 건국한 철의 여인이었다. 단재 신채호는 ‘조선 상고사’에서 “소서노는 역사상 유일한 창업 여대왕”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혜진은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것은 행운이지만 실존 인물이자 우리 역사 최초의 국모였던 소서노를 연기하게 된 것은 더욱 큰 영광”이라며 “촬영이 끝날 때까지 열심히 소서노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일국은 “액션신이 많아 몸은 상당히 고된 편이지만 시청자들의 성원 덕택에 마음은 항상 즐겁고 들떠 있다”며 “늘 ‘연기는 겸손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되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글=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사진=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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