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건강검진, 제때 제대로]<6>자폐증

  • 입력 2006년 10월 2일 03시 02분


다섯 살인 석구는 평소에 거의 말이 없다.

엄마가 아무리 불러도 관심을 잘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방안에 이리저리 널려 있는 전선만 하루 종일 쳐다보며 왔다 갔다 한다. 혼자 있을 때면 손가락을 의미 없이 뱅뱅 돌린다.

아기 때부터 석구는 누나와 달랐다. 엄마가 안아도 착 안기는 대신 그냥 뻣뻣이 두 손을 놓고 있었다. 엄마의 얼굴을 쳐다보는 대신 머리카락만 쳐다보며 만지작거렸다.

○ 뇌의 전반적 발달에 문제

석구는 자폐증 환자다.

처음에는 ‘남자 아이라 부모와 애착관계가 덜한가 보다’라며 방심했던 부모는 지난해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기가 막혔다고 했다.

자폐증은 뇌의 이상에서 생긴다. 그것도 특정 부위의 이상이 아니라 뇌의 전반적인 발달에 문제가 있어 생긴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정유숙 교수는 “자폐아동은 태어날 때부터 뇌의 발달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원인은 유전자, 사회 환경적 요소 등 너무도 다양해 한마디로 잘라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영화 ‘레인 맨’의 더스틴 호프먼처럼 가끔 특정 암기력이 뛰어난 자폐아도 있지만 굉장히 드문 편이다. 대체로는 발달이 늦고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 증상이 약하면 주변의 도움을 받을 경우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자폐증 진단을 받을 때 먹는 약물은 자폐증 치료약이 아니라 과잉행동, 공격성 등 자폐에 수반되는 다른 증상을 완화해 주기 위한 것이다. 자폐증 자체를 고칠 수 있는 약물이 현재까지는 없다.

다만 교육을 통해 정상적인 부위의 뇌 발달을 도와주고, 특정 재능이 있는 경우 이를 더욱 북돋워줄 수 있다. 그러므로 같은 정도의 증상을 가졌다면 조기에 발견하는 게 좋다.

○ 검사는 18개월부터

엄마를 알아보고 언어로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시기인 18개월부터 검사를 시작해야 한다.

국립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진혜경 과장은 “이 시기가 되더라도 △눈을 맞추지 않거나 △다른 사물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으면 자폐증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18∼30개월에 치료가 시작되면 정상인에 가깝게 생활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전문의들의 이야기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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