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원은 위당의 또 다른 호이며, ‘담원문록’은 그가 남긴 행장, 전(傳), 제문, 묘비문, 서(書), 서(序), 시(詩), 편지와 논문 등을 수록한 문집이다.
1967년 연세대에서 영인본으로 출간됐으나 어렵다는 평과 함께 우리말 번역에 나선 학자가 없다가 위당의 셋째 딸인 정양완 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가 1982년부터 그 작업을 시작해 24년 만에 마쳤다. 위당은 1950년 납북돼 사망하기까지 ‘조선사연구’ ‘양명학연론’ 등 많은 명저를 남겼다.
‘양명학연론’은 1933년 동아일보에 66회 연재한 것으로 한국 양명학의 발전 과정을 객관적 학술 체계로 기술한 첫 연구로 손꼽힌다. 위당은 또 일제강점기 ‘조선고전해제’ ‘5000년간 조선의 얼’ 등을 동아일보에 연재해 우리 민족의 혼을 일깨우고 국학 연구의 정신적 지주로 추앙받았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김학준 동아일보 사장 등 각계 인사 50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가족으로는 정양완, 정양모(넷째 아들)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강신항(사위) 한국어문회 부이사장을 비롯해 외손자인 강석화 경인교대 사학과, 강석재 서울대 수학과 교수 등이 참석해 위당 집안의 학문적 기풍을 짐작게 했다.
이날 설성경 연세대 국학연구원장은 축사에서 “(담원문록 출간의 의미는) 어려운 시대를 올곧게 살다 간 선각자를 우리가 어떻게 다시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며 “위당 선생은 위기의 우리나라를 구한 큰 스승”이라고 말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는 “선생이 남기신 ‘조선의 얼’은 애상적 민족 감정의 통속어가 아니다”며 “우리가 위당에 대해 아는 바가 적은데 ‘담원문록’을 통해 국학의 나아갈 방향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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