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마늘 먹고 사람된건 곰인데 왜 한민족 상징은 호랑이?

  • 입력 2006년 10월 2일 15시 31분


"곰은 쑥과 마늘을 먹으며 삼칠일을 참은 끝에 여자의 몸을 얻었지만 호랑이는 참지 못해 사람의 몸을 얻지 못했다. 환웅(천신의 아들)이 잠시 사람으로 변해 웅녀와 혼인하고 아들을 낳으니 '단군왕검'이라고 불렀다."

삼국유사 기이 편에 있는 고조선 건국 관련 단군 설화다.

학자들에 따르면 이 설화는 고조선 건국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곰을 숭상하는 부족(이하 곰족)과 호랑이를 숭배하는 부족(이하 호랑이족)의 경쟁이 벌어져 곰족이 승리했다는 것을 가리킨다.

그러나 고조선 이후 한민족을 상징하는 동물은 곰이 아니라 호랑이가 됐다. 민화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 호랑이이고, 왕건의 고려 건국 설화에도 호랑이가 중요한 존재로 등장한다.

곰족은 어떻게 된 것일까. 조현설(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고대 동북아에는 곰을 숭상하는 부족이 많았는데 곰족은 고조선의 해체와 함께 흩어졌을 것"이라며 "이후 세력이 약화된 곰족이 시베리아나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베리아에 사는 '에벤키'족의 암콤 설화가 암콤에게 납치돼 강제 결혼한 사냥꾼이 그 사이에서 낳은 자식을 두고 도망친다는 우리의 '곰나루' 설화와 유사하다며 고조선의 곰족과 이들이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양기(일본 시즈오카대) 교수도 2000년 책 '우리 신화의 수수께끼'에서 '일본서기(日本書紀)'에 나오는 '고마나리'는 백제의 '곰나루'에서 유래된 것이라며 고조선이 멸망한 뒤 백제로 내려온 곰 숭배 사상이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주장한다.

설화에 따르면 호랑이는 동예(지금 함경도)에서 산신으로 추앙받았다. 이는 곰족에게 패한 호랑이족이 동예로 이동한 것을 말한다. 이후 호랑이가 한민족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고려 건국 설화부터다.

'고려사'에는 호랑이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빠져나온 호경(虎景)을 왕건 가계(家系)의 시조로 기록하고 있다. 호랑이는 조선 시대에 들어와서도 민화 등으로 한민족에게 친숙한 동물이 됐다.

유성운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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