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서거 150년

  • 입력 2006년 10월 2일 17시 49분


강철처럼 굳세고 힘찬 필획, 각지면서 굵고 가늘기의 차이가 심한 파격미, 붓놀림의 강도와 속도, 글씨 획으로 구성하는 독특한 공간적 구성과 조형성….

추사체(秋史體)는 단순히 잘 쓴 글씨가 아니라 하나의 '예'(藝)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추사체의 위대함은 오히려 완당(阮堂) 김정희(1786~1856년)의 학자적 위상을 축소시켰다는 평이 많았다. 추사 타계 150주년(기일: 음력 10월 10일)을 맞아 올 가을 잇따라 열리는 추사 관련 특별전은 추사체를 넘어선 추사의 참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학예(學藝)의 일치를 찾아서

3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추사 김정희: 학예 일치의 경지'(11월 19일까지)는 추사의 정체성을 시대를 대표하는 '인문학자 김정희'에서 찾고 있다. 추사는 금석학, 경학, 불교, 시문학, 그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깊이 있는 연구와 업적을 남긴 19세기 동아시아 대표 지식인이었다는 것.

특별전은 △금석 고증학의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 옛 비석(북한산 진흥왕 순수비 등)의 의미를 규정하려던 추사의 노력을 보여주는 비석 탑본 △청나라 학자 옹방강이 김정희에게 보낸 '담계적독' 등 중국유명학자들과 나누었던 편지들을 전시한다. 또 일본 문자가 백제 왕인 박사에게서 시작됐음을 밝힌 '일본문화간초고' 등 폭넓은 인문 지식과 국제 감각을 갖춘 추사를 다루고 있다.

이밖에 도록을 통해서만 알려졌던 △'잔서완석루' △세한도 발문 전체 △최고의 목란화로 평가받는 '불이선란도'와 40대 초반 깔끔한 해서로 전 안평대군 사경첩을 논평한 글 △유배시절 용산 본가로 보낸 편지를 모은 '완당척독' △초의선사에게 보낸 편지첩인 '나가묵연', △권돈인과 추사의 산수화가 함께 표구된 일본 고려미술관 소장 족자 등도 일반에게 선보인다.

경기도 과천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추사 글씨 귀향전'(11월 7일까지)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일본 추사 연구의 선구자였던 후지즈카 치카시(藤塚隣·1879~1948)가 기증한 자료들로 이루어졌다. 청대 학자 왕희손이 추사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 '왕희손서첩', 청나라 학자가 조선의 학자에게 보낸 편지들인 '청대학자서간첩', 추사가 베이징에서 서울로 돌아갈 때 중국학자들이 주최한 추사 환송연 장면을 그린 '증추사동귀시도임모' 등 추사를 중심으로 한 조선후기 청, 조선 간 학술, 문화의 교류사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밖에 간송미술관은 10월 15일부터 2주간 추사 특별전을 개최하며 삼성미술관 리움도 19일 '조선말기 회화전'(2007년 1월28일까지)전시에서 추사실을 별도로 만들어 보물 547호 반야심경첩과 죽로지실 등을 전시한다.

●인문학의 위기… 그리고 그 대안으로서의 추사 김정희

'추사 김정희 재조명'은 지난 달 15일 고려대 문과대 교수들, 26일 전국 80여 대학의 인문대 학장들이 발표한 '인문학 위기 성명' 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많은 인문학자들이 현 인문학의 위기를 '인문학 내부의 열림과 소통 부족'에서 찾았기 때문.

박성창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인문학의 위기탈출의 방법으로 "폐쇄적인 부분별 학과 위주의 연구시스템에서 벗어나 학문적 연계가 가능한 인문학 연구 시스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추사가 이룬 학문적 업적이 바로 통합 인문학인 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최응천 전시팀장은 "최고의 목란화로 평가받는 추사의 '불이선란도'를 봐도 글씨와 그림을 합일시키는 독특한 시서화를 만들었고 거기에 문·사·철(文·史·哲)을 합쳐 완벽한 자신만의 학문세계를 이뤘다"며 "향후 추사는 추사체보다 다양한 영역을 자신의 학문세계에 연계시킨 인문학자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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