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치즈나 와인세트는 추석선물로 큰 인기를 끌 정도로 수입식품은 우리 식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에선 가격이 비싸다는 불만도 나온다.
고급 수입식품들이 어디서 생산돼 어떤 경로로 들어오는지, 그 메커니즘을 들여다봤다.》
■ 왜 이렇게 비쌀까
샤토 마르고는 프랑스의 자존심이 걸린 와인이다. 애주가(愛酒家)였던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이 와인에 빠져 손녀에게 마고(Margaux)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한국에선 빈티지(수확 연도)에 따라 수십만∼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그야말로 최고급 와인이다.
샤토 마르고 한 병을 현지 와이너리(양조장)에서 직접 사면 얼마쯤 하는지 확인하려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근처 관광안내소에 물었더니 마르고처럼 유명한 와이너리는 포도 수확기에 일반인의 방문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프랑스인은 한국 돈으로 1만 원 정도만 줘도 고급 와인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주로 저가(低價) 와인을 취급하는 대형 할인점에나 가야 그 정도 가격의 와인을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최근 빈티지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샤토 마르고 2000년. 샤토 마르고 부근 와인 숍 ‘카브윌리스’에서 이 와인은 490유로(약 58만8000원)에 팔린다. 마르고 지방에서 승용차로 1시간 거리인 생테밀리옹의 와인 숍 ‘랑주뱅’에선 500유로(약 60만 원)의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봤더니 샤토 마르고 2000년산은 한 병에 약 200만 원이다. 한국에서 자기 돈으로 맘 놓고 이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칠레 와인 가운데 고급으로 통하는 몬테스 알파 시리즈는 한국 소매점에서 3만∼4만 원을 줘야 한다. 그러나 칠레 산티아고에선 9달러(약 8500원), 미국에선 20달러(약 1만8900원) 미만에 살 수 있다.
최근 국내 와인 인구가 급속하게 늘고 있지만 여전히 와인은 ‘비싼 술’로 통한다.
와인전문 홍보회사인 더블U의 김혜주 대표는 “와인 값이 비싼 것은 물류비용과 수입 원가의 70%에 이르는 세금 때문”이라고 말했다.
와인 수입상이 유럽의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병당 7000원에 받아 한국에 들여올 때 운송료와 보험료는 각각 2000원, 1000원 정도다. 한국에 도착하는 순간 1만 원이 되는 것.
여기에 관세(15%)가 붙으면 1만1500원, 이 가격의 30%인 주세와 주세의 10%인 교육세까지 물면 1만5295원이 된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10%가 붙으면 1만6825원이다.
또 검역 비용과 라벨 인쇄 및 부착 비용이 들어간다. 수입상 도매상 소매상이 각각 20∼30%의 마진을 붙이면 소비자가 와인을 살 때는 3만∼3만7000원이 된다. 마진은 더 높거나 낮을 수도 있다.
일본은 와인에 세금을 물릴 때 한국처럼 가격이 아니라 양(量)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고급 와인일수록 한국보다 싸다. 와인서적 ‘올댓와인’의 저자 조정용 씨는 “와인은 위스키 등과 달리 잘못 보관하면 변질되기 때문에 유통 비용에 ‘위험 비용’도 추가된다”며 “이 때문에 마진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보르도=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 운송 어떻게
수입 식품은 운송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다. 통조림 제품은 상관없지만 와인이나 치즈처럼 변하기 쉬운 제품은 잘못 운송하면 상품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치즈 제품 가운데 진공포장하지 않고 신선한 상태로 들여오는 고급 치즈들이 문제다. 이들은 유통기한이 기껏해야 1개월 정도로 짧기 때문에 배가 아닌 비행기를 타는 ‘호사’를 누린다.
그러나 엄격한 심사로 통관에 통상 7∼10일이 걸리기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를 때가 많다는 게 수입업계 관계자의 말. 와인은 대부분 배로 들여온다.
와인이 현지에서 배에 실리는 순간부터 한국에 도착해 세관을 거쳐 소매점에 오기까지 보통 2개월이 걸린다.
남미의 칠레, 호주 같은 남반구는 물론 유럽에서 와인을 실은 배도 적도를 지나야 한다. 따라서 온도에 민감한 와인을 아무 생각 없이 수입했다간 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와인을 실은 컨테이너는 보통 컨테이너선의 가장 아랫부분에 싣는다. 이렇게 해야 해수면보다 낮은 곳에 저장돼 온도 변화가 별로 없다. 수입업체들은 더운 여름철에는 아예 주문을 하지 않거나 냉장 컨테이너를 이용하기도 한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주부 김영미(65) 씨는 백화점이나 할인점에 갈 때마다 치즈 코너에 들른다.
“예전에는 슬라이스 치즈만 먹었는데 요즘에는 다양한 치즈를 먹어 보는 데 재미가 들었어요. 값은 좀 비싸지만….”
김 씨가 사는 치즈는 국산이 아니라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지에서 완제품 형태로 수입되는 것.
현재 전체 치즈 시장의 5%를 차지하는 고급 치즈는 운송료와 높은 관세(36%) 때문에 현지 가격의 2배가 넘는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비행기로 들여오는 치즈 제품은 운임과 관세를 합쳐 현지 가격의 2.5∼3배(배로 수입하는 때는 1.5배)가 넘는 값에 국내에서 유통된다.
그래도 국내에서 직접 만드는 것보다 싸다고 한다.
치즈 수입업체 관계자는 “일부 소규모 피자 업체는 진짜 치즈가 아니라 단백질 분말에 물과 팜유 등을 넣어 만든 이미테이션 치즈를 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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