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씨는 올해 초 캐논을 일렉트릭 기타로 연주한 동영상을 ‘유튜브’란 사이트에 올렸다. 이후 전 세계 누리꾼들에게 화제가 됐고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8월 말 그와의 e메일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뒤이어 한국 누리꾼들은 그를 ‘천재 뮤지션’이라며 칭송했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누리꾼의 관심은 1주일 남짓 지속됐을 뿐, 그의 음악 세계에 대한 진지한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인터넷상에서 그에 대한 얘기는 행사 참가 소식 외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누리꾼이 만들어낸 ‘인스턴트 영웅’은 임 씨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MBC 대학가요제의 대상 수상팀인 ‘익스’의 여성 보컬 이상미 씨. 예쁘장한 외모와 신인답지 않은 무대 매너 등으로 그녀는 한순간에 스타로 떠올랐다. 이 씨의 미니 홈피 역시 누리꾼의 ‘성지’ 중 한 곳으로 떠올랐다. 이 씨는 2005년 최고의 스타가 될 것 같았지만, 한 달이 채 안 돼 ‘그 많던 이상미 열풍은 어디로 갔나’라는 식의 보도가 이어졌다.
영웅이 사라져버린 시대라지만 우리에게는 수많은 영웅이 스쳐 지나간다. 영웅에 목 말라있으면서도 영웅을 잊는 것도 한순간이다. 누리꾼들은 ‘우리가 스타를 만들었다’는 식의 힘자랑에 열중할 뿐이다. 그리고 너무도 쉽게 영웅을 ‘소비’한다.
최근 누리꾼들은 ‘뮤즈그레인’이란 또 하나의 영웅을 만들어냈다. 지난달 30일 열린 MBC 대학가요제에서 이들은 재즈와 록을 섞어 신선한 무대를 펼쳤고 무대가 끝난 직후부터 누리꾼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이 수상을 하지 못하자 격분한 누리꾼들은 “채점 기준을 공개하라”며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1만 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작 ‘뮤즈그레인’의 보컬 김승재 씨는 “채점 결과 공개는 무의미하다”며 “좋아해 주는 건 좋지만 대상팀보다 더 인기가 많아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대학가요제의 신정수 PD 역시 “과한 열기가 이들의 앞길에 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직 1주일도 채 안 됐지만 한편에서는 “추석만 지나면 이 열기도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인터넷을 무대로 반복되는 일회성 스타 만들기, 그 속에선 진정한 영웅이 설 자리가 없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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