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則’은 ‘곧, 바로’라는 뜻이다. ‘勿’은 ‘~하지 말다, ~하지 말라’라는 뜻이다. ‘勿忘草(물망초)’는 ‘잊지 말라고 하면서 주는 풀’이다. 물망초의 어원을 알면 이 말이 이해될 것이다. ‘忘’은 ‘잊다’이고, ‘草’는 ‘풀’이다. ‘勿論(물론)’은 ‘논할 것도 없이, 말할 것도 없이’라는 말이다. ‘憚’은 ‘꺼리다, 의심하다’라는 말이다. ‘忌憚(기탄)’은 ‘싫어하고 꺼리다’라는 말이다. ‘忌’는 ‘싫어하다, 꺼리다’라는 뜻이다. ‘忌憚없이 말해보라’는 말은 ‘꺼리지 말고 말해보라’는 뜻이 된다.
초상집 대문에는 흔히 ‘忌中(기중)’이라고 써놓는데 이는 ‘상중(喪中)’이라는 뜻이다. ‘초상을 치르는 중입니다’라는 말이다. 이 경우의 ‘忌’는 ‘사람이 죽었음’이라는 뜻이다. 옛날에는 전염병으로 죽는 경우가 많아서 초상집에 가기를 싫어하고 꺼렸으므로, ‘싫어하다, 꺼리다’로부터 ‘초상’이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改’는 ‘고치다’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過則勿憚改’는 ‘잘못 했다면 바로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는 뜻이 된다. 개인의 행동이나 가정사에서나 모두 마찬가지이다. 정치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고치려는 사람을 탓할 사람은 없다. 과오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항상 과오를 범하고도 이를 고치려 하지 않는 데에 있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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