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워라, 꽃의 속살… 美개념미술가 ‘빌 베클리’전

  • 입력 2006년 10월 11일 03시 00분


빌 베클리의 ‘전갈자리의 변형’. 사진 제공 박여숙화랑
빌 베클리의 ‘전갈자리의 변형’. 사진 제공 박여숙화랑
당신 앞에는 양귀비꽃이 있다. 그런데 당신이 알던 양귀비가 아니다. 2m 높이의 거대한 양귀비꽃 사진. 당신은 꽃잎에 이렇게 주름이 많은지, 줄기에 솜털이 이렇게 보송보송한지 전에는 알지 못했다.

미국 작가 빌 베클리(60)의 개인전이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베클리는 개념미술(완성된 작품보다 아이디어나 창작 과정을 예술이라고 여기는 유파)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그는 1970년대 선명한 색을 재현하는 시바크롬 인화 기법을 선보였고, 이 현상 방식은 많은 인기를 모으면서 대중적으로 보급됐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18점의 사진은 모두 꽃이 주인공이다. 전부 사람 키보다 훌쩍 큰 사진이다.

선명하게 확대돼 미세한 잔털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식물의 사실적인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을 대부분의 관객에게 꽃은 낯설지만 매혹적으로 보인다.

양귀비꽃을 찍은 작품 ‘오 젊고 걱정 없고 명랑하게, 에필로그’도 그렇거니와 백합줄기가 담긴 작품 ‘재판관의 무덤을 넘어서’를 보면 ‘꽃줄기는 초록색’이라는 인식이 편견임을 깨닫게 된다. 모든 줄기는 저마다 다른 색깔을 갖고 있음을 ‘재판관의…’는 보여 준다.

베클리는 이렇게 카메라의 힘을 통해, 눈으로는 보지 못했던 자연의 세계로 안내하면서 생명의 존엄함을 새삼 일깨운다. 02-549-7574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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