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독주회를 열 예정인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57) 씨. ‘독일 레퍼토리에 정통한 프랑스 연주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뒤메이 씨는 이번 공연에서 모차르트 소나타 K.454, 그리그 소나타 1번, 베토벤 소나타 9번 ‘크로이처’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의 ‘첫 내한독주회’는 이번이 네 번째 시도다. 세 번 모두 출발 직전 건강에 문제가 생겨 한국행을 포기했다. 병명도 다양했다. 1994년 KBS교향악단과의 협연 때는 장염으로, 2000년 부천 필하모닉과의 협연 때는 급성기관지염, 2002년 LG아트센터 독주회 때는 급성 치주농양 수술 때문에 공연이 취소됐다. 뒤메이 씨 측은 “한국에 오고 싶었는데 정말 운이 없었다”며 “절대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클래식 연주회에서는 연주자의 건강상 사유로 공연이 취소되는 사례들이 종종 있다. 문제는 관례상 계약서에 ‘연주자의 건강상 문제는 천재지변과 같이 취급된다’는 조항이 있어 연주자가 공연이 불가능하다는 의사 소견서만 첨부하면 국내 기획사에서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
실제로 2004년 11월 내한공연 예정이던 피아니스트 머리 페라이어 씨는 ‘손 염증’을 이유로 공연을 취소했고, 올 3월 내한한 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 씨는 1997년 내한공연을 앞두고 전단까지 찍은 상황에서 ‘비행 공포증’으로 공연이 무산되기도 했다. 또한 11일 경기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서울바로크합주단과 함께 첫 내한공연을 하려 했던 프랑스 출신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아니크 마시스 씨는 공연 일주일을 앞두고 ‘어머니가 갑자기 위독하다’며 공연을 취소한다고 알려왔다.
음악계에서는 이렇게 공연 취소가 잦은 이유를 연주자들은 최상의 육체적, 심리적 컨디션에서만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생각이 확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연주자의 건강상 이유로 공연이 취소될 경우 대관료와 홍보비 등 막대한 금전적 손실뿐 아니라 표를 예매한 관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사과하고 환불해 주는 과정에서 맘고생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