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라디오 스타’… ‘행복한 미소’ 진행하는 성전 스님

  • 입력 2006년 10월 12일 03시 00분


불교방송 FM ‘행복한 미소’를 진행하는 성전 스님. 김미옥 기자
불교방송 FM ‘행복한 미소’를 진행하는 성전 스님. 김미옥 기자
“미소는 마음속 진창에 연꽃 한 송이 피우는 일입니다…. 아,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는데요…. 보도국을 연결합니다. 박○○ 기자!”

11일 오전 9시 11분 서울 마포구 마포동 불교방송국 17층 주조정실. 장삼을 벗어던지고 머리에 헤드폰을 낀 성전 스님도 돌발적인 속보 상황에 긴장한다. 하지만 더 마음을 졸인 사람은 속보쪽지를 전달한 최윤희 PD. 스님이 불교방송 FM(BBS·101.9MHz) ‘행복한 미소’를 진행한 지 1년 5개월. 결국 일본 언론의 오보로 밝혀졌지만 방송 중 속보생방을 물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 방송인에게도 생방송은 두렵다. 그러나 명상의 불법을 전하던 성전 스님은 금세 ‘앵커맨’으로 변신했다. 최 PD는 “잘하셨다”고 손 사인을 보낸다.

성전 스님은 ‘팔방미인’이다. 조계종 기획국장 시절 짬짬이 방송에 출연한 것이 인연이 돼 오전 9시 5분∼10시 방송되는 ‘행복한 미소’의 MC가 됐다. 방송인이 아니라 말이 매끄럽지 않을 때도 있지만 청취자들은 꾸밈없는 성전 스님의 포근한 목소리를 좋아한다.

스님→앵커→MC→DJ로 변신을 거듭하던 스님이 이번엔 성우로 변신했다. 작가 오영수의 ‘화산댁이’(1952년)를 극화한 드라마에서다.

“아부지, 이건 누꼬.”(손녀)

“할매다.”(아들)

“우리 할매? 이기 우리 할매 아이다.”(손녀)

“나하고는 처음 보니 이리 오너라 보자.”(화산댁)

(그러나 손녀는 제 아버지 등 뒤에 슬그머니 숨어버린다.)

몇 년 만에 도회지의 아들을 찾은 시골 할매 화산댁을 대하는 아들 가족의 차가운 시선을 그린 대목을 1인 4역으로 소화한 스님은 청취자들에게 묻는다. “학교에 오신 어머니가 촌스럽다고 멀리 도망간 적은 없습니까. 저는 그랬습니다.”

스님은 때로 가수가 되기도 한다. 공개방송과 오픈 스튜디오 등을 통해 유익종의 ‘그저 바라볼 수만 있다면’, 차중락의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을 가수 뺨치게 불러 청취자들을 열광시켰다. 그리고 인터넷 카페에 팬클럽까지 만들어졌다. ‘행복한 미소’의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스님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 어린 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성전 스님이 ‘스타’가 된 것은 ‘끼’ 때문이 아니다. 그는 우리 이웃의 지난한 삶을 불법(佛法)과 명상으로 우려낸 뒤 사유(思惟)의 철학, 감성의 언어, 시(詩)로 전달한다. 그 정수는 휴머니즘이다. 수십 년 관조의 삶에서 배어 나온 ‘배려’ ‘용서’ ‘사랑’과 같은 따스한 언어들이 전파를 타고 매일 청취자들의 마음을 데운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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