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수첩’은 미리 배포한 홍보 자료에서 ‘최초 공개, 국내 파이트 클럽 실제 대련 현장’ ‘국내 파이트 클럽에도 암투장이 존재한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실제 방송에서는 “암투장은 한정된 사람들만 모이는 공간이어서 현장을 담는 게 쉽지 않았다”며 대신 암투장을 운영하는 ‘쌈모’라는 모임에서 탈퇴한 최도영(19·가명)군의 증언을 소개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쌈모’는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모인 파이트 클럽으로 암투장을 운영하며 매일 격투를 벌이고 칼과 같은 흉기까지 사용한다. 제작진은 최 군이 인터뷰를 거절하자 ‘쌈모’에 가입하려는 사람으로 신분을 위장한 채 전화 통화를 했다.
최 군은 제작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쌈모를 나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내가 쌈모에서 나오는데 2년 걸렸다”며 ‘쌈모’가 단순한 파이트 클럽이 아니며, PD 수첩과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음을 암시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최 군과의 인터뷰 내용을 방송하면서 최 군의 미니 홈페이지 화면을 내보냈다. 방송이 나가자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는 ‘쌈모’가 인기 검색어 상위에 올랐고, ‘PD 수첩’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최 군의 안전을 걱정하고 제작진의 무책임한 태도를 지적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강지웅 PD는 “최 군과 어머니에게 몰래 취재한 사실을 나중에 알렸으나 방송에 대한 동의를 얻진 못했다. 최 군의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 내보냈다”고 밝혔다.
‘PD 수첩’은 또 방송의 대부분을 싸움 관련 인터넷 사이트와 파이트 클럽 동호회원들의 인터뷰를 방영하면서 잔인한 ‘싸움의 기술’을 여과없이 내보냈다.
파이트 클럽 회원들은 “선빵이 중요하다” “여기를 걷어차 넘어지면 얼굴을…” 하며 구체적인 동작을 선보였고, 힘없는 초등학생을 폭력으로 제압한 뒤 문신을 새겼다는 여학생은 “바늘과 검은 실과 먹물을…” 하며 문신 새기는 법을 자세히 소개했다.
진행자는 이 프로그램에서 “폭력적 영화를 비롯해 드라마, 온라인게임, 가정폭력, 군대폭력 등 폭력을 정당화하는 문화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누리꾼 ‘윤상범’은 “그 어느 폭력보다 당신네들의 미디어 폭력이 가장 무섭다”고 비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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