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번역과 관련해 번역가 김모 씨는 ‘대리번역’ 의혹을 제기했고(본보 12일자 A16면 참조), 뒤이어 출판사인 한경BP는 12일 “대리번역이 아니라 이중번역”이라고 밝히면서 사태 수습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정 씨는 이날 자신이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SBS 파워FM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박스’(밤 12시)에서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 오랫동안 함께해 준 ‘달콤’ 가족(청취자)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이중 번역’에 대한 설명이나 번역 과정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비롯한 여러 인터넷 게시판에는 정 씨의 무성의한 해명과 그에게 방송 진행을 맡긴 SBS를 비난하는 글이 400건가량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 정용환 씨는 프로그램 게시판에서 “한경BP 측의 말이 옳으면 정 씨는 명예훼손으로 출판사를 고소해야 하는데 스스로 사과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지적했다. 박은현 씨는 “SBS는 양심 없는 방송인을 출연시키는 데 전파를 쓰지 말라”고 비난했다.
정 씨는 ‘마시멜로…’가 발간된 뒤 팬 사인회를 열고 각종 매체와 인터뷰하는 등 책 홍보에 적극적이었던 것과 달리, 의혹 해명에 대한 취재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또 번역 논란과 관련해 SBS 김동운 라디오국장은 “한경BP의 해명으로 봐 정 씨에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SBS 측은 기자가 정 씨를 직접 만나기 위해 스튜디오가 있는 라디오국의 임시출입증 발급을 요구했으나 “그런 이유론 곤란하다”며 거절했다.
정 씨는 SBS 라디오 외에도 KBS1 독서 프로그램 ‘낭독의 발견’을 1년간 진행하는 등 방송 덕분에 ‘마시멜로…’의 역자로 선정됐을 것으로 출판계는 보고 있다. 방송을 통해 얻은 정 씨의 인기가 출판 마케팅에 ‘활용’됐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정 씨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해명을 기피하는 것은 방송인의 자세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