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5>釣而不網,弋不射宿

  • 입력 2006년 10월 16일 02시 58분


‘釣而不網(조이불망), 弋不射宿(익불사숙)’이라는 말이 있다. ‘釣’는 ‘낚시, 낚시질하다’라는 뜻이다.

우리 주변에는 ‘樂釣會(낙조회)’라는 모임이 많은데, ‘낚시를 즐기는 모임’이라는 뜻이다. ‘樂(락)’은 ‘즐기다’는 뜻이며, ‘會’는 ‘모임’이라는 뜻이다. ‘釣況(조황)’은 ‘낚시하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고기를 많이 낚으면 ‘釣況’이 좋다고 말한다.

‘網’은 ‘그물’이라는 뜻이다. ‘漁網(어망)’은 ‘고기를 잡는 그물’이라는 말이고, ‘범인이 법망에 걸렸다’의 ‘法網(법망)’은 ‘법의 그물’이라는 말이다. ‘網羅(망라)’의 ‘網’은 ‘고기를 잡는 그물’이라는 뜻이고, ‘羅’는 ‘새 그물’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網羅’는 ‘모든 그물’을 말한다. 따라서 ‘網羅했다’는 말은 ‘모든 것을 그물로 잡았다’, 즉 ‘하나도 남김없이 다 잡거나 취했다’라는 뜻이다.

‘弋’은 ‘주살’인데, 여기에서는 ‘주살로 잡다, 사냥하다’라는 동사로 사용됐다. ‘주살’은 ‘실을 매어놓은 화살’이다. ‘射’는 ‘쏘다’라는 뜻이다. ‘宿’은 ‘잠자다’라는 뜻인데, 여기에서는 ‘잠자는 새’를 나타낸다. 이런 의미를 합치면 ‘釣而不網, 弋不射宿’은 ‘낚시를 하지만 그물질은 하지 않으며, 주살로 사냥을 하지만 잠자는 새는 쏘지 않는다’라는 말이 된다.

낚시는 불과 몇 마리를 잡고 말지만, 그물질을 하면 그 범위 안에 있는 고기를 모두 잡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고기의 씨가 사라진다. 그러므로 그물질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자연을 아끼는 자세이다.

주살로 새를 잡는 경우에도 잠자는 새는 잡지 않는다. 사냥을 하면서도 자연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잃지 않으려는 자세이다. 이 말은 공자의 말을 기록한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예전에도 자연을 아끼고 사랑함이 이와 같았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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