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에 스민 조선의 묵향…삼성 리움 ‘조선말기회화전’

  • 입력 2006년 10월 16일 02시 58분


장승업 작 ‘영모도대련’. 사진 제공 삼성미술관 리움
장승업 작 ‘영모도대련’. 사진 제공 삼성미술관 리움
남계우 작 ‘화접도’. 사진 제공 삼성미술관 리움
남계우 작 ‘화접도’. 사진 제공 삼성미술관 리움
조선말기(19세기 중엽∼일제강점기 이전)는 격동의 시기였다. 김대건 신부의 순교(1846년), 지석영의 우두 종두법 전래(1855년), 진주민란(1862년), 대원군 섭정의 시작(1863년), 병인양요(1866년), 임오군란(1882년), 갑신정변(1884년), 동학농민운동(1894년) 등 숨 막히는 변화와 혼란이 이어졌다.

이 혼돈의 시기, 문화는 어떠했을까? 미술평론가 최열 씨는 책 ‘한국근대미술의 역사’에서 “후퇴했다고 보는 것은 오해다. 개화사상이 확산되고 기층민들이 봉건 왕조에 맞서 항쟁했다는 점에서 보면 이 시기는 꽉 막혔던 게 아니라 활력과 진보의 발자취로 가득 찼다”고 적고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18일∼2007년 1월 28일 마련하는 ‘조선말기회화전’은 당시 활동한 장승업 허련 홍세섭 남계우 등 대가들의 작품 80여 점을 통해 새로운 변화가 꿈틀거리는 당대의 문화를 한눈에 보여 준다. 국가 안팎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문화 향유층의 등장과 외국 문물의 도입으로 다채로운 문화가 꽃피었다는 것이다.

궁중 도화서의 화원(畵員)인 장승업은 단원 김홍도의 전통 화원 화풍을 벗어나 중국 청대 회화의 영향을 개성적으로 해석했으며, 허련은 추사 김정희의 독창적인 이상미(理想美)를 이어받았다. 홍세섭 남계우는 새로운 기법으로 파격적인 소재를 그렸다.

전시는 ‘화원’ ‘전통’ ‘새로운 발견’ 등 세 코너로 이뤄진다. ‘화원’에서는 조선말기 화원 화가 유숙의 ‘홍백매도8곡병(紅白梅圖八曲屛·보물 1199호)’, 장승업의 ‘영모도대련(翎毛圖對聯)’을 선보인다.

‘홍백매도8곡병’은 화려한 색채의 매화 병풍 그림으로 이전 수묵화와는 크게 다르며 나무줄기에도 녹색의 점을 찍어 장식적인 면을 강조했다. ‘영모도대련’은 독수리의 생생한 묘사, 꿩 한 쌍의 서정적인 분위기와 호쾌한 필법으로 이전 문인화에서 볼 수 없던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다.

‘전통’ 부문에서 선보이는 허련의 ‘강각어장도(江閣漁庄圖)’는 근경에 강변 누각을 그리고 멀리 어장을 배치한 산수화다. 허련은 추사가 제자들에게 독려한 ‘문자향 서권기(文字香 書卷氣)’를 가장 충실히 따른 화가로 손꼽힌다. 이 부문에서는 김수철의 ‘산수도(山水圖)’, 추사 의 예서 ‘죽로지실(竹爐之室)’, 대원군 이하응의 ‘괴석묵란도(怪石墨蘭圖)’도 함께 선보인다.

‘새로운 발견’에서는 시원스럽고 대담한 묘사와 자유분방한 개성으로 빛나는 신(新)감각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 나온다. 나비를 잘 그려 ‘남나비’로 불린 남계우의 ‘화접도(花蝶圖)’, 전기의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는 채색의 아름다움과 자유로운 조형 양식을 보여 준다.

이 행사에서는 ‘추사 김정희의 삶과 예술’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 등 강연회를 비롯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어린이 전시’도 열린다. 월 휴관. 관람료 초중고교생 3000원, 일반 5000원. 02-2014-6901, www.leeum.org

허 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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