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때인 7년 전이나 지금이나 ‘스마일맨’ 손호영(26)은 여전히 웃는다. 그러나 밝게 웃는 걸 보니 믿는 구석이 생긴 듯하다. ‘god’의 멤버로서는 채워질 수 없었던 만족감 내지 자신감, 그것은 바로 발라드곡 ‘운다’의 성공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발매된 그의 솔로 데뷔 앨범은 발매 첫 주 앨범 차트(한터정보 순위) 1위를 차지했고 타이틀곡 ‘운다’는 온라인 음악사이트 벅스뮤직에서 1위(MP3 다운로드 5000건, 실시간 음악감상 170만 건)를 차지하는 등 대형 가수들의 컴백 속에서도 활약이 돋보인다. 춤추며 노래하던 솜털 뽀송뽀송한 아이돌 스타에서 슬픈 발라드를 부르는 청년으로, 그는 하루가 다르게 변신했다.
“‘성공’이라기보다 ‘성장’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혼자 무대를 짊어져야 한다는 부담, ‘얘가 얼마나 해낼까’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말도 못할 정도로 두려웠죠. 스스로 결심했죠. ‘god’의 손호영을 잔인하게 성장시키겠다고. 노래 연습뿐만 아니라 운동도 열심히 해 자신감을 키웠어요.”
성장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7년간 몸담았던 ‘god’의 인기, 미소년 이미지는 영광스럽지만 솔로로 나서는 그에겐 장애물이었다. 그는 ‘혹독한 가수 조련사’로 소문난 가수 겸 프로듀서 박선주를 찾아갔다.
“첫 수업부터 신문지로 만든 몽둥이를 꺼내셨어요. 그간 그룹에서만 노래하다보니 노래 한 곡을 혼자 이끌어가는 끈기가 없다고 지적해 주셨죠. 숨쉬기, 리듬타기만 하루에 8시간씩 연습했고 긴 호흡을 기르기 위해 수영장도 다녔죠. 한 번은 숙제를 안 해 갔는데 ‘정말 실망이다’라는 한마디만 던진 채 2시간 동안 안 들어오셨죠. 얼마나 무섭던지….”
인터뷰 도중 우연처럼 박선주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신문지 몽둥이’ 얘기를 꺼내자 그녀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3월에 호영 씨가 찾아왔을 때 놀랐어요. 무엇보다 ‘god’에서 만들어진 착한 남자 이미지를 벗겨 주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선 발라드곡으로 가창력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과정은 혹독했지만 ‘넌 이제 아이돌이 아니라 뮤지션이야’라는 격려도 해 주었죠.”
‘착한 남자’에서 ‘슬픈 남자’로 바로 통한 것은 아니었다. ‘운다’ 이전에 공개된 ‘Yes!!!’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하룻밤을 원해”라며 여성을 유혹한다. 근육질 몸매를 뽐내며 여성들과 춤을 추는 그에게서 사람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어색해하기는 그도 마찬가지였다.
“‘착한 남자’ 이미지를 깨고 싶었지만 그래도 졸지에 ‘나쁜 남자’로 성장한 것 같아 어색해요. 하하.”
최근 그는 단독 콘서트를 마쳤다. 텅 빈 대기실에서 “살면서 처음으로 ‘해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뿌듯했다는 이 남자, 그에게 발라드곡 ‘운다’는 첫 번째 성장 징표인 셈. 군대도 가야 하고 언젠간 흩어진 ‘god’ 멤버들과도 뭉쳐야 한다. 그래도 그는 “힘든 날이 가면 좋은 날이 오듯 긍정적으로 살면 언젠가 멋진 어른이 돼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스마일맨, 너무 철든 건 아닌가? 그러자 또 웃는다.
“세상을 알기엔 전 아직 어린 것 같아요. 다만 이제야 제 목소리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무대에 서기 전 언제 밀릴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이 하루에도 수십 번 찾아오지만 그것도 이젠 제 몫이라 생각해요. 외로워할 틈도 없어요. 이제부터 성장은 시작이니까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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