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심-“내가 이 역할을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제가 과연 할 수 있을까요?”
이한승 실험극장 대표와 최용훈 연출이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서 주인공인 앨로이시어스 원장수녀 역으로 확신한 여배우는 바로 김혜자. 하지만, 그는 망설였다.
원장수녀는 한 장면을 제외하고는 내내 무대에 등장할 만큼 역할과 비중이 커 관록 있는 여배우라면 누구나 탐을 낼 만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는 출연 여부를 놓고 두 달 동안 꼬박 고민했다. 작품은 흥미로웠지만 어려웠고, 원장수녀 같은 성격도 싫었다.
“에너지가 굉장히 많은 여자죠. 확신하는 것보다 의혹을 갖는 것이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잖아요. 저는 대체로 의심을 안 하는 스타일인데 이 수녀는 의혹을 끝까지 추적하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요. 좀 질리게 만드는 성격 아닌가요?”
하지만….
● 확신-“세상엔 이런 사람도 꼭 있어야 해”
5번이나 대본을 읽으면서 그는 작품과 인물에 대한확신을 점차 갖게 됐다.
“원장수녀에 대해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꼭 있어야 한다’는. 무언가를 쉽게 확신해 버리기 보다는 힘들더라도 계속 의문을 품어 보는 사람. 원장수녀의 대사 중 이런 말이 나와요. ‘오늘 쉬운 쪽으로 선택하면 내일 그에 따른 결과가 나타난다’. 원장 수녀는 또 말하죠. 아이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지 말라고, 똑똑한 아이일수록 엄격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이것도, 굉장히 옳은 말이거든요? 다들 인기 있으려고, 나쁜 말을 듣기 싫어서 잘못된 것도 쉽게 넘기잖아요.”
가톨릭 중학교를 운영하는 원장수녀는 아이를 가르치는 신부(박지일)가 학생과 ‘부적절한 사이’라는 의심을 품는다. 신부는 결백을 주장하고 수녀는 의심한다.
그러나….
의혹을 확신하던 원장수녀는 결국에는 자신의 확신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신부가 결백하냐 아니냐를 따지는 작품 같지만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당신이 평소 확신하고 있는 것이 과연 정말 확실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연극이거든요.” 40년 넘게 걸어온 연기자로서 삶에 대한 확신(혹은 의심)도 있을까?
그는 “배우에 대한 확신을 버린 적은 없었다”며 “다만, 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12월 5∼11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2만5000∼5만 원. 02-889-3561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연극 ‘다우트’는… 작년 토니상 등 美공연상 휩쓴 화제작
지난해 미국에서 토니상, 퓰리처상, 뉴욕비평가협회상, 오비상 등 주요 상을 휩쓴 화제작. 영화 ‘문스트럭’으로 아카데미 극본상을 수상한 작가 존 패트릭 셴리의 최신작이다. 2004년 11월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출발해 지난해 3월 브로드웨이로 무대를 옮긴 뒤 올 7월까지 1년 5개월간 공연됐다. 최근 10년간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롱런한 연극 5편 중 하나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연극으로는 드물게 전미 투어공연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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