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비]거울아, 누구 마음이 제일 예쁘니?

  • 입력 2006년 10월 19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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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하루에 몇 번씩 거울에 자기 얼굴을 비춰 본다. 나는 거울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루에 서너 번은 거울을 보는 것 같다.

거울을 보면서 우리는 좀 더 아름다운 얼굴로 가꾸려고 애를 쓴다.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에 호감을 갖도록…. 나도 아침마다 면도를 하고, 세수를 하고, 화장품도 바른다. 어쩌다가 작은 뾰루지 하나만 생겨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요즈음 ‘얼짱’ ‘몸짱’ 열풍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길었던 추석 연휴 기간에 얼굴을 고치겠다는 사람들로 성형외과가 발 디딜 틈이 없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얼굴이란 말을 가만 보면 참 재미있다. 이것은 ‘얼’과 ‘굴’이 합쳐진 토종 우리말이다. ‘얼’은 우리의 내면과 정신을 일컫는 말이고, ‘굴’은 그 얼을 담고 있는 동굴을 뜻한다. 그렇다면 얼굴은 결국 우리의 내면이 자연스레 묻어나는 장소이다. 우스갯말로 불룩한 배가 인격이라고 하지만, 정말 우리 내면의 인격을 드러내는 것은 얼굴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얼’은 무시하고 ‘굴’을 치장하는 데만 열중하지는 않는지 돌아볼 일이다. 얼굴의 외형을 가꾸는 데 들이는 정성의 반이라도 내 마음을 돌보는 데 쏟아야 하지 않겠는가. 겉을 고친다고 해서 속이 달라지지는 않지만, 우리의 얼이 바뀌면 그 얼이 서리는 굴은 저절로 바뀌게 된다. 역시 겉보다는 속이, 껍데기보다는 알맹이가 중요하다.

추석이 지난 요즈음의 들녘에는 오곡백과가 가득하다. 잘 익은 온갖 과일과 무르익은 벼 이삭들이 저마다 꽉 찬 속을 자랑하고 있다. 쭉정이가 아니라 알곡이 농부의 기쁨이 되듯이,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보다는 속이 꽉 찬 사람이 진국이다. 이 가을, 나도 내면이 아름다운 진짜 ‘얼짱’이 되고 싶다. 나는 지금 거울 앞에 서 있다.

박경수 여주 당남리교회 목사 장로회신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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