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미네는 데뷔 때부터 독특한 연습법 덕택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멀리 대나무를 세워 둔 뒤 골프공을 쳐서 대나무를 쪼개는 훈련을 반복하며 골프 실력을 키웠다.
이 연습법을 고안한 사람은 아버지 요코미네 요시로 씨다. 본인은 골프를 잘 치지 못하지만 프로를 지망하는 딸을 위해 골프연습장을 만들었다. 딸이 데뷔한 뒤에는 캐디 역할을 맡아 경기가 있을 때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부녀가 라운드 도중 말다툼을 하는 장면이 TV에 소개돼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아버지 요코미네 씨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로 인기를 끌면서 TV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과 CF의 단골 출연자가 됐다. 급기야 TBS 드라마 ‘자전거 소년기’에서 극중 자전거팀의 고문 역에 캐스팅됐다.
드라마 출연을 앞두고 그의 말이 다시 화제가 됐다. ‘첫 드라마 출연인데 긴장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천연덕스럽게 답변했다. “연기에 대해서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안 좋으면 다시 찍으면 되니까.”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심지어 뻔뻔하게까지 보이는 그의 말과 얼굴 표정이 오히려 시청자들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평가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명문 구단인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 중인 강타자 마쓰이 히데키의 부친 마쓰이 마사오 씨도 ‘아들 덕에 빛을 본’ 대표적 사례다.
‘고질라’로 불리는 아들 마쓰이는 일본의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스타. 일본인 메이저리거 중 스즈키 이치로가 강한 개성 탓에 종종 언론과 마찰을 빚는 반면 마쓰이는 뛰어난 야구 실력과 온화한 캐릭터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버지 마쓰이 씨는 이런 아들의 명성을 등에 업고 가수로 데뷔했다. 아들의 유명세 덕분에 매스컴에 오르내리다 2003년 마침내 ‘스쳐 지나간 이야기’라는 노래를 발표해 가수의 꿈을 이룬 것. 노래 실력이 가수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비판도 있지만 화제를 좇는 연예계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일본에서 개봉하는 중국 영화의 홍보 활동에 참여하는가 하면 아들에 관한 책을 몇 차례 출간하기도 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레슬링 72kg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하마구치 교코와 아버지 ‘애니멀 하마구치’(본명 하마구치 헤이고) 부녀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부모와 자식이 상대방의 인기에 힘입어 함께 유명해졌다.
아버지 하마구치 씨는 프로레슬러 출신으로 1989년까지 현역으로 활동했다. 아버지는 프로레슬러로, 딸은 아마추어 레슬링 선수로 활동해 주목을 받았다.
부녀의 인기는 올림픽이 가까워지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특히 딸에게 애정을 쏟아 붓는 아버지의 ‘지나치다 싶은 부성애(父性愛)’가 매스컴의 취재 열기를 고조시켰다.
“기합이다! 기합이다! 기합이다!”
하마구치 씨가 경기장 안팎에서 이 말을 입버릇처럼 외치는 모습은 TV 화면에 수시로 나왔고, ‘기합이다!’는 금세 유행어가됐다. 딸은 동메달을 따는 데 그쳤지만 아버지가 눈을 다친 딸을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버지 하마구치 씨는 일본 여자 레슬링팀의 단장으로 활동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왜 자식 덕에 인기를 얻는 아버지들이 등장할까.
상업적인 이유가 크지만 달라진 일본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치안이 안전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아 왔지만 그것도 점점 옛날 얘기가 되고 있다. 범죄는 갈수록 흉악해지고 범죄자의 연령은 낮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본인들은 ‘Good old times(좋았던 옛 시절)’를 그리워하고 있다. 유명한 자녀와 이를 후원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바로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절의 상징이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추억이다.
어쨌든 가족 간의 사랑과 유대 등 추억을 찾는 사람들의 정서에 힘입어 스타를 자식으로 둔 아버지들은 새로운 꿈을 이뤄 가고 있다.
도쿄=장혁진 통신원·극단 ‘시키’ 아시아담당 총괄 매니저 escapegoa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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