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후크선장 코트 입었네?…‘돌아온 피터팬’

  • 입력 2006년 10월 21일 02시 58분


판타지 소설 ‘피터팬’이 나온 지 한 세기 지나 출간된 속편 ‘돌아온 피터팬’. 주인공의 앳된 얼굴은 그대로이나 주홍빛 코트 차림으로의 변신은 소년의 내면 변화를 암시한다.사진 제공 김영사
판타지 소설 ‘피터팬’이 나온 지 한 세기 지나 출간된 속편 ‘돌아온 피터팬’. 주인공의 앳된 얼굴은 그대로이나 주홍빛 코트 차림으로의 변신은 소년의 내면 변화를 암시한다.사진 제공 김영사
올이 풀린 털실 옷을 입고 다니는 서커스 단장 라벨로의 실루엣.
올이 풀린 털실 옷을 입고 다니는 서커스 단장 라벨로의 실루엣.
◇돌아온 피터팬/제랄딘 매커린 지음·조동섭 옮김/356쪽·9500원·김영사(중학생 이상)

피터팬이 세상에 나온 지 100여 년 만에 출간된 ‘공식’ 속편이다. 여느 속편들과 달리 이 책이 ‘공식’ 대접을 받는 이유는 이렇다.

스코틀랜드 작가 제임스 매슈 배리는 1904년 발표한 피터팬의 판권과 등장인물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런던의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아동병원에 넘겼다.

운영자금이 필요했던 병원은 유럽연합(EU)의 지재권 만료 시한인 2007년까지 속편을 출간하기로 결정하고 2004년 전 세계 작가들을 대상으로 공모 끝에 영국의 아동문학가 제랄딘 매커린을 ‘공식’ 속편 작가로 선정했다.

매커린의 속편은 주인공들이 네버랜드를 떠난 지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시작한다. 웬디는 엄마가 됐다. 부모의 부주의로 고아가 된 소년들도 판사 의사 국회의원으로 성장해 ‘젠틀맨 클럽’ 회원이 되어 있다. 이들은 밤마다 네버랜드가 나오는 악몽을 꾸기 시작하고 “꿈을 멈추고 싶으면 잘못된 걸 찾아야 한다”며 피터팬이 있는 네버랜드로 돌아가 모험의 길을 떠난다.

원제인 ‘주홍색 옷 입은 피터팬(Peter Pan in Scarlet)’에서 알 수 있듯 속편에서는 옷에 주목해야 한다. 전편의 초록빛 옷을 벗고 후크 선장이 아끼던 주홍빛 코트로 갈아입은 피터팬은 성격도 후크를 닮아간다.

어른이 된 소년들이 네버랜드로 돌아가기 위해 날 수 있는 아이로 변신하는 방법도 아이들의 옷을 입는 것이다. 딸아이의 발레복을 훔쳐 입은 투틀즈 판사는 여자아이로 변신하고, 아이가 없는 슬라이틀리 의원은 옷이 없어 네버랜드로 떠나지도 못한다.

소설 피터팬은 성장을 거부하는 피터팬, 모성애를 발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웬디, 억압적인 아버지를 상징하는 후크 선장 등 아이와 어른됨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했다. 속편 역시 전편과 비교되며 어른됨에 대한 다층적 해독 코드를 숨겨 놓았다.

번역자 조동섭 씨는 속편에 대해 “(전편의) 어른 세계에 대한 냉소적 시각에서 벗어나 조화롭고 자연스러운 성장을 이야기한다”고 평가했다.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는 작품 해설에서 “속편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원작의 단순한 선악 구도를 벗어나 복합적인 시각과 구도로 피터팬과 후크 선장을 바라보게 된다”고 해석했다.

악어에게 잡아먹힌 후크 선장이 속편에서 어떤 인물로 되살아나는지 추리하는 재미가 더해진 것도 전편과 달라진 점이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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