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셋 여자 셋’이 등장하는 이 뮤지컬은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싱글 도시 남녀의 우정과 사랑을 다룬 뮤지컬이다.
1989년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인기를 끌었던 원작을 완전히 새롭게 번안했다. 원작은 뚜렷한 줄거리 없이 24곡의 노래로만 구성된 레뷔(Revue·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뮤지컬) 형식의 작품이지만 국내 공연에서는 대사를 집어넣는 등 이야기를 대폭 강화했다. 30대 후반∼50대 중반의 중년을 내세운 원작에 비해 주인공들의 나이가 훨씬 젊게 설정됨에 따라 이야기의 포커스도 중년이 겪음직한 삶의 다양한 모습보다는 사랑 쪽에 맞춰졌다.
이 작품은 서른세 살 동갑내기 대학친구인 수의사 준희, 홀로 아이를 키우는 터프한 이혼녀 진희, 동사무소 공무원 숙희 등 세 남녀의 우정을 씨실로 삼고 이들과 짝을 이루는 준희의 약혼녀 경신, 진희와 티격태격하는 시나리오 작가 영만, 동사무소의 공익근무요원 새롬과의 사랑이야기를 날실로 삼아 여섯 명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짜내려간다. 특히 연상-연하 커플인 숙희와 새롬은 시종 웃음을 이끌어낸다.
원작에서는 음악의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국내 공연에서는 음악보다 배우 쪽에 더 무게가 놓여 있다. 특히 류정한의 팬이라면, ‘지킬 앤 하이드’나 ‘맨 오브 라만차’ 등 대극장 무대에서만 보던 그를 코앞의 소극장 무대에서 보는 즐거움이 크다. 류정한은 이전 역할과 달리 망가지는 코믹한 연기도 무난히 소화하며 연기와 노래 모두 안정된 모습으로 작품을 이끌었다. 뮤지컬계의 떠오르는 스타인 고영빈의 연기는 아직 멋진 외모를 뛰어넘지 못했다.
국내 관객에게는 생소한 레뷔 형식의 원작을 과감히 바꿔 드라마를 넣은 것은 좋았지만, 뮤지컬은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에 노래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와야 함에도 대사에서 노래로 넘어가는 이음매가 매끄럽지 않은 점은 거슬렸다. 또 원작에 없는 대사가 덧붙여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늘어난 공연시간(2시간 20분)도 소극장 뮤지컬로서는 부담스럽다. 그래도 흥겨운 커튼콜 마무리 덕분에 극장문을 나서는 느낌은 상쾌하다. 류정한과 고영빈의 팬을 위한 팁 하나. 공연 도중 두 배우로부터 다정한 손길(과 눈길)을 받고 싶다면 가운데 맨 앞줄 좌석을 고를 것. 무기한. 화∼금 8시, 토 3시 7시, 일 공휴일 3시. 대학로 씨어터 일. 3만5000∼4만5000원. 02-3448-4340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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