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다리를 다쳤다가 낫기까지의 이야기다. 그렇지만 병상체험 수기가 아니라 유머러스하면서도 뼈 있는 심리분석서이다.
저자는 임상보고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로 유명한 올리버 색스 씨.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였던 그가 다리가 부러져 이번엔 의사에게 치료받는 환자가 됐다.
이제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시작된다. 병원 시스템은 왜 그렇게 불편한지, 의사들은 왜 그렇게 고집불통인지, 환자는 얼마나 처지가 딱한지 등 저자는 환자가 돼서야 겪을 수 있는 체험을 솔직하게 적는다.
“척수마취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라고 묻자 의사는 “그럴 때는 전신마취가 규칙”이라고 답한다. “담당의사는 오고 싶을 때 올 것”이라고 말하는 수간호사들, 게다가 ‘다리가 없어진 것’ 같은 충격 때문에 머리가 뱅뱅 돌 지경이다.
한 걸음 내디디면서 ‘다리가 돌아오는’ 경이로운 체험을 묘사하는 부분에선 읽는 사람도 뭉클해진다. 원제 ‘A Leg to Stand On’(1984년).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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