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생전에 한남동 자택의 거실을 '문호홀'이라 이름짓고, 영재 연주가와 지인들을 초청해 하우스 콘서트를 열곤 했다. 작곡가 펜데레츠키 등 외국 연주가들부터 국내 기업인까지 초대받은 50~60명의 사람들은 거실과 계단에 빼곡히 앉아 연주를 들었다.
그동안 '하우스 콘서트'는 일부 '초대받은 사람'들을 위한 전유물로 알려졌던 것이 사실. 그러나 요즘엔 인터넷으로 공연정보를 제공하고, 누구나 입장료만 내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하우스 콘서트가 인기다.
○ 귀가 아닌 온 몸으로 느끼는 무대
"오늘은 재즈 연주라 당연히 많은 분들이 오리라고 생각했는데 열여덟 분 밖에 오시지 않았군요. 그럼 더 좋죠. 나중에 와인이 더 많이 돌아가니까요."
27일(금요일) 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박창수 씨(42) 집. 철제 대문에 걸려 있는 'HOUSE CONCERT'라는 앙증맞은 팻말이 손님을 반긴다. 주인장 박 씨는 2002년 7월부터 자신의 집 2층을 개조해 하우스 음악회를 꾸준히 열어왔다.
관객 중에는 최근 영국 리즈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선욱 군도 보였다. 9월에 이 곳에서 연주를 했던 김 군은 "예술의전당에서 하는 공연보다 이 곳에서의 연주가 더 떨린다. 청중들이 음표 하나까지 모두 알아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박 씨는 프리뮤직(즉흥음악)을 주로 해온 예술가. 그의 콘서트에서는 가수 강산에 씨가 마이크 없이 노래를 하고, 이병우(기타), 강은일(해금), 김대환(드럼), 강태환(색소폰) 등 다양한 예술가들이 무대를 빛내왔다. 벌써 내년 9월까지 공연 스케줄이 꽉 찬 상태. www.freepiano.net
하우스 콘서트의 또 다른 매력은 공연 후 갖는 와인 파티. 입장료(2만원) 수입 중 절반은 출연자 개런티, 나머지는 와인과 치즈를 사는 비용에 쓰인다.
"뒷풀이를 하다가 선욱이가 즉흥연주를 했어요. 다음에 나보고 치라는 데 제가 어떻게 선욱이보다 잘 칠 수 있겠어요. 그래서 피아노에 가볍게 뛰어올라 발로 연주를 했지요." (박창수)
○ 음악이란 우정을 나누는 것
'하우스 콘서트'의 열기는 서울 부암동의 '아트 포 라이프', 대치동의 '마리아 칼라스 홀' 등이 문을 열면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성 씨는 "예술이란 본래 살아 있는 사람과도, 죽은 사람과도 함께 나누는 우정"이라며 "하우스 음악회는 음악의 본래 정신을 되살리는 새로운 음악 유통경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ww.artforlife.co.kr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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