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여의도동 MBC ‘90일…’ 촬영장에서 만난 김하늘은 핀으로 가발을 고정시킨 채 운동복 차림으로 대본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미연은 ‘미친 놈’이라는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고 싶은 말을 숨기지 않는, 감정 표현이 솔직한 여자예요.”
오종록 PD는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눈물 한 방울 똑 떨어뜨리던 김하늘의 기존 이미지와 달리 콧물까지 범벅이 된, 가슴으로 터뜨리는 울음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90일…’은 췌장암에 걸려 3개월의 시한부 삶을 살게 된 대학강사 현지석(강지환)이 시나리오 작가 미연에게 남은 시간을 함께 살자고 제안하면서 시작하는 멜로다. 두 사람은 고교시절 만난 첫사랑이지만 할머니가 같다(아버지들이 이부형제)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헤어진다. 죽음을 눈앞에 둔 지석은 아내(정혜영)와 자식을 버리며 사랑을 택하고 미연은 한없이 자상한 남편(윤희석) 때문에 갈등한다.
“같은 할머니를 둔 이들 간의 시한부 사랑이라는 소재 때문에 논란이 있겠죠. 드라마는 일상과 다르니 논란이 필요하며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 것은 배우와 연출자, 작가의 몫이라고 봐요.”
78년생. 서른이 머지 않은 그녀는 “요즘 거울을 보면 ‘늙지 말아야 할 텐데…’라는 생각부터 든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에서 그는 30대를 눈앞에 둔 기혼녀를 연기한다.
그녀는 “연기자로서 성숙한 기혼녀 배역은 욕심이 나지만, 30대가 되는 건 싫다”며 “여고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이고 교복 입은 연기를 할 때 신이 난다”고 말했다.
기자가 김하늘이 졸업한 금옥여고 인근 고등학교를 나온 동갑내기라고 하자 “어머, 정말?”이라며 대뜸 말을 놓기도 했다.
“방과 후에 소나기가 내리면 친구들과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며 운동장을 막 뛰어다녔어요. 흠뻑 젖은 채 순대볶음을 사 친구 집에서 함께 먹으며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나네요.”그녀는 ‘90일…’을 “쓸쓸한 늦가을 향기를 듬뿍 머금은 진한 멜로 드라마”라고 표현했다.
“사랑과 이별의 본능으로 눈물샘을 자극할 것입니다. 슬퍼지면 저와 함께 마음껏 펑펑 울어 버리세요.”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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