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왜 안 보여요? 고장 났나요?”(웃음)
우주를 감상하러 플라네타륨(천체투영실)에 들어온 여중생들.
어두운 공간에 5분가량 누워 있으면서 쉴 틈 없이 재잘댄다.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은 ‘모범생’들이지만 한시라도 떠들지 않으면 못 배기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오래 기다렸죠. 자∼ 기대하세요.”
강원 횡성군 우리별천문대 석창윤 강사의 큰 목소리가 들린다.
이어 돔 모양의 천장 위로 수없이 많은 별이 흐르고 있는 우주의 모습이 펼쳐진다.
갑자기 조용해진 플라네타륨. 이제 강사의 목소리만 들린다.
“와∼ 멋지다.”
수다쟁이 여중생들은 옆 친구와 속삭이며 진지한 과학소녀로 바뀌었다.
페르세우스, 페가수스, 안드로메다….
가을에 감상하기 좋은 별자리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자 소녀들은 우주 깊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 10, 11월, 지상 우주여행의 적기
별이 뜨지 않는 계절은 없다.
그러나 1년 중 별자리를 감상하기 가장 좋은 계절로는 가을과 겨울(10∼2월)이 꼽힌다. 여름은 대기가 불안정해 흐린 날씨가 많고, 봄에는 황사가 심한 날이 잦기 때문이다.
반면 가을과 겨울엔 대기가 비교적 안정되고 습도도 낮다. 한낮의 맑고 높은 하늘은 밤까지 이어진다.
하늘의 맑기만 놓고 보면 겨울이 최고다. 하지만 가족과 편안하게, 혹은 연인과 분위기 있게 별을 감상하고 싶다면 겨울의 추위는 부담스럽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최적의 ‘별보기’ 시기로 늦가을과 초겨울, 구체적으로는 10월과 11월을 추천한다.
우리별천문대 유종록 소장은 “기상 상태가 좋으면서 심한 추위가 시작되기 전인 10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가 ‘지상 우주여행’을 떠나기 좋은 때”라고 말했다.
○신화가 담긴 가을철 별자리
요즘 감상할 수 있는 별과 별자리는 시간대에 따라 달라진다.
해가 완전히 진 오후 7시부터 8시 사이엔 여름이 제철인 별과 별자리를 볼 수 있다. 백조자리의 베네브, 거문고자리 직녀성, 독수리자리 견우성, 돌고래자리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오후 8시부터 밤 12시까지는 ‘가을 별자리’의 시간이다.
가을 별자리들은 그리스 신화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바다괴물 케투스에게 산 제물로 바쳐진 공주 안드로메다가 쇠사슬에 묶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는 안드로메다자리와 안드로메다의 아버지인 케페우스자리는 가을에 감상하기 제격이다.
7개의 별로 이뤄진 플레이아데스 산개성단엔 사냥꾼 오리온을 피해 일곱 자매와 어머니가 5년간 도망쳐 다니다가 비둘기가 됐다는 스토리가 담겨 있다. 제우스가 이들을 불쌍히 여겨 별로 만들었다고 한다.
천마 페가수스가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됐다는 페가수스자리는 가을 하늘의 중심부에 있고 발견하기도 쉬워 가을철 길잡이 별로 불린다. ‘가을의 사각형’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메두사를 처치한 영웅 페르세우스가 죽은 뒤 아테네 여신이 그를 별자리로 만들었다는 페르세우스자리의 이중성단도 가을에 감상하기 좋다.
10, 11월의 밤 12시부터 오전 2시까지는 ‘본무대’를 기다리는 겨울 별자리들을 또렷하게 볼 수 있는 시간이다. 마차부자리, 오리온자리, 황소자리, 쌍둥이자리 등이 등장한다.
하늘이 청명한 겨울은 밝기가 강한 1등성 별들로 이뤄진 별자리가 많아 다른 계절에 비해 밤하늘이 화려한 편이다.
○ 눈-쌍안경-천체망원경 순으로 감상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그냥 쳐다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관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초보자라면 천문대를 방문하거나 동호회에 가입해 천문 지식이 있는 사람의 도움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
별과 별자리 감상은 단계별로 이뤄진다.
우선 육안으로 별이나 별자리를 찾아본다. 그 다음엔 쌍안경을 이용해 좀 더 크고 압축된 형태로 감상한다. 천체망원경을 이용한 고차원적인 감상이 마지막 단계. 이 단계에서는 특정 별자리의 특정 별을 집중적으로 관찰하며 밝기와 빛깔 등을 비교해 보는 게 좋다.
석 강사는 “천체망원경을 이용할 땐 마차부자리의 카펠라 별(흰빛)과 황소자리의 알데바란 별(노란빛)의 빛깔을 비교하고, 주위에 다른 별이 많은지 적은지 등을 살피는 식으로 감상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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