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와인에는 스테이크 안주가 최고잖아요.”
하지만 음식만이 안주는 아니다.
발밑으로 펼쳐지는 도시의 불빛, 정원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과 달, 살랑살랑 뺨을 스치는 가을바람도 훌륭한 안주가 된다. 비 오는 날의 빗소리, 흐릿한 조명, 좋은 분위기의 인테리어도 와인의 맛을 돋워준다. 2003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압구정동을 중심으로 ‘와인 바’가 하나 둘씩 생겨나더니 최근엔 지방까지 확산되고 있다. 국내 와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다.
수많은 와인 바 가운데 색다른 분위기를 안주로 즐길 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자연과 함께 여유롭게
정원에선 널찍한 공간이 주는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다. 갈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큰 장점. 계절마다 꽃이 다르고 바람의 느낌도 차이가 난다. 갑갑한 실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현실을 잊고 싶을 때 정원은 해답이 될 수 있다.
▽베라짜노(02-517-3274)=봄부터 가을까지 정원에서 바비큐를 하고 겨울이면 고구마를 구워 정취를 더한다. 정원 테이블에 천장을 만들어 비 오는 날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알리고떼(02-514-9971)=가정집을 개조했으며 베이지색 외벽이 밝고 깔끔한 인상을 준다. 2층 테라스에서 정원을 보며 와인을 마시면 운치가 있다. 독일, 미국(캘리포니아), 일본 등 20개국 500여 가지 와인을 갖췄다. ‘빌폴리체라 와인이 들어간 보쌈과 백김치’나 ‘샤르도네 와인으로 찜한 해물딤섬’ 등 특색에 맞는 메뉴를 선보인다.
천장이 높은 지하 와인 바
지하 와인 바를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어두워서 다른 손님과 차단됨으로써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 하지만 지하 와인 바는 천장이 2, 3m로 높지 않아 시끄러울 수 있다.
▽와인사랑(02-3442-6311)=압구정역 CGV 건물 지하의 국내 최초 와인 펍. 천장 높이가 6m에 이른다. 지상과 천장 사이에 만든 ‘메자닌’이란 공간에 테이블을 만들었다. 소매가에 9000원을 추가한 가격으로 와인과 안주를 판다. 와인을 주문하면 다양한 빵이 함께 나온다.
▽셀레브리떼(02-512-6677)=지하로 내려간 뒤 또다시 계단을 내려가야 홀에 도착하는 느낌이 새롭다. 레드 와인을 연상시키는 붉은색의 벽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5만 원대에서 200만 원대까지 200여 가지 와인을 즐길 수 있다.
한옥에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일단 정겹고 편안하다. 고즈넉하다는 느낌이다. 분위기는 전통 한옥답게 고답적이다. 한옥에서 양식과 한식을 동시에 즐기며 와인을 음미하는 즐거움이 색다르다.
▽민가다헌(02-733-2966)=1936년 건축된 개량 한옥으로 담장과 한옥은 전통가옥 양식을 따랐다. 하지만 실내는 벨벳의자와 카펫, 샹들리에 등 빅토리아 양식의 가구와 소품으로 채워졌다. 서까래가 보이는 천장 아래에서 유럽 고가구를 배경으로 맛보는 와인의 맛과 향은 각별하다.
▽로마네꽁띠(02-722-4776)=‘ㄷ’자형 한옥을 리모델링했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대표 와인으로 최고가 와인으로 유명한 ‘로마네꽁티’를 가게 이름으로 썼다. 상호처럼 부르고뉴 지방 요리와 와인을 구비한 곳이다.
와인 배우면서 마시자
마시는 즐거움과 함께 넓고 깊은 와인의 세계를 배우는 재미까지 느끼면 더 좋지 않을까.
▽와인&프렌즈(02-547-7966)=중형 룸 2개와 소형 룸 1개에 LCD TV를 설치해 와인 관련 영상물을 볼 수 있다. 와인 동호회와 와인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다. 사장이 가게에 상주하며 손님들과 와인의 역사와 스토리를 이야기한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메뉴도 준비돼 있지만 와인을 고르면 그에 맞는 음식을 추천해 준다.
서울 시내를 발밑에 놓고
▽나오스 노바(02-754-2202)=남산 순환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있는데, 건물 층마다 콘셉트가 달라 이색적이다. 날씨가 좋을 때는 옥상을 개방한다. 바비큐 파티도 열린다. 전망은 옥상이 가장 좋지만 3층도 나쁘지 않다. 세계 260종 와인 4000여 병이 갖춰져 있다.
▽워킹 온더클라우드(02-789-5904)=높은 곳에서 한강과 서울 전경을 조망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다. 63시티 59층에 있어 날씨가 좋으면 일산까지 보인다. 20여 개국 와인 1500병을 보관하는 초대형 와인셀러가 자랑거리다. 양식 레스토랑과 함께 운영하기 때문에 코스 요리도 즐길 수 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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