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캘린더]모성의 힘, 강강술래 타고 피어나다

  • 입력 2006년 11월 3일 03시 00분


한국과 프랑스의 합작공연 ‘느린달’을 공동 안무하는 창무회 김매자(왼쪽) 씨와 프랑스 루베국립안무 센터의 카롤린 칼송 씨. 사진 제공 창무예술원
한국과 프랑스의 합작공연 ‘느린달’을 공동 안무하는 창무회 김매자(왼쪽) 씨와 프랑스 루베국립안무 센터의 카롤린 칼송 씨. 사진 제공 창무예술원
김매자-카롤린 칼송 공동안무 ‘느린달’ 韓佛합작공연

“동양과 서양, 다른 세계에서 온 두 사람이 만났지만 동그라미 하나로 융합된 무대를 보여줄 겁니다.” (김매자 씨)

한국 창작춤의 대모 김매자, 프랑스 현대무용의 정신적 지주 카롤린 칼송 씨. 두 사람은 올해 63세의 동갑내기 안무가이자, 무대에서 현역으로도 뛰는 보기 드문 춤꾼이다. 김 씨의 창무회와 칼송 씨의 프랑스 루베국립안무센터가 합작 공연하는 ‘느린달(slow moon)’이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공연된다.

‘느린달’은 우리 춤 ‘강강술래’의 원형을 그리는 춤을 모티브로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작품. 민족, 종교, 사회적 갈등으로 찢겨진 현대사회를 치유하고 구원하는 평화로운 모성의 힘을 주제로 하고 있다. 김 씨는 “임진왜란 때 행주산성에서 치마폭으로 돌을 날라 전쟁을 승리로 이끈 한국 여성의 힘을 소재로 여성이 갖고 있는 ‘치유, 구원,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엔 창무회 소속 무용수 11명과 루베국립안무센터 무용수 9명이 참가한다. 지난해 9월 첫 논의를 시작한 이래 올해 4월과 8월 김 씨가 프랑스 현지로 가서 프랑스 무용수들을 대상으로 총 3주간의 한국춤 테크닉 및 안무 워크숍을 가졌고, 7월엔 칼송 씨가 창무예술원 무용수들에게 즉흥 무용에 대한 안무워크숍을 실시했다.

“김 씨가 프랑스에서 한국춤 워크숍을 열었는데, 참 신비로운 분위기였어요. 한 프랑스 남자무용수는 ‘한국춤은 너무 느려서 못 따라 가겠다’며 나동그라졌는데, 나중엔 그 무용수가 정신적인 면에서 변화를 하더군요. 마음 속 에너지를 천천히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던 것 같아요.” (칼송 씨)

뉴욕에서 즉흥 안무를 이용한 현대무용을 주로 발표해 왔던 칼송 씨는 한편으로는 동양의 선과 무술, 서예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그녀는 쿵후, 태극권 등 동양 무예를 이용한 무용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먹의 질감과 여백의 미를 표현한 서예 작품을 모아 책을 내기도 했다.

이 작품은 3∼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초연되고, 12월 7∼9일 프랑스 루베의 콜리제 극장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한국공연의 이름은 김매자 씨가 ‘느린달’로 정했지만, 프랑스에서는 ‘만월(full moon)’로 소개된다.

칼송 씨는 “서양에서도 만월에는 모든 사물의 정신이 깨어나고 영적으로 맑아진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작품은 나의 첫 공동 안무작으로 나의 무용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만5000∼5만 원. 02-704-642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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