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 다른 세계에서 온 두 사람이 만났지만 동그라미 하나로 융합된 무대를 보여줄 겁니다.” (김매자 씨)
한국 창작춤의 대모 김매자, 프랑스 현대무용의 정신적 지주 카롤린 칼송 씨. 두 사람은 올해 63세의 동갑내기 안무가이자, 무대에서 현역으로도 뛰는 보기 드문 춤꾼이다. 김 씨의 창무회와 칼송 씨의 프랑스 루베국립안무센터가 합작 공연하는 ‘느린달(slow moon)’이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공연된다.
‘느린달’은 우리 춤 ‘강강술래’의 원형을 그리는 춤을 모티브로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작품. 민족, 종교, 사회적 갈등으로 찢겨진 현대사회를 치유하고 구원하는 평화로운 모성의 힘을 주제로 하고 있다. 김 씨는 “임진왜란 때 행주산성에서 치마폭으로 돌을 날라 전쟁을 승리로 이끈 한국 여성의 힘을 소재로 여성이 갖고 있는 ‘치유, 구원,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엔 창무회 소속 무용수 11명과 루베국립안무센터 무용수 9명이 참가한다. 지난해 9월 첫 논의를 시작한 이래 올해 4월과 8월 김 씨가 프랑스 현지로 가서 프랑스 무용수들을 대상으로 총 3주간의 한국춤 테크닉 및 안무 워크숍을 가졌고, 7월엔 칼송 씨가 창무예술원 무용수들에게 즉흥 무용에 대한 안무워크숍을 실시했다.
“김 씨가 프랑스에서 한국춤 워크숍을 열었는데, 참 신비로운 분위기였어요. 한 프랑스 남자무용수는 ‘한국춤은 너무 느려서 못 따라 가겠다’며 나동그라졌는데, 나중엔 그 무용수가 정신적인 면에서 변화를 하더군요. 마음 속 에너지를 천천히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던 것 같아요.” (칼송 씨)
뉴욕에서 즉흥 안무를 이용한 현대무용을 주로 발표해 왔던 칼송 씨는 한편으로는 동양의 선과 무술, 서예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그녀는 쿵후, 태극권 등 동양 무예를 이용한 무용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먹의 질감과 여백의 미를 표현한 서예 작품을 모아 책을 내기도 했다.
이 작품은 3∼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초연되고, 12월 7∼9일 프랑스 루베의 콜리제 극장에서도 공연될 예정이다. 한국공연의 이름은 김매자 씨가 ‘느린달’로 정했지만, 프랑스에서는 ‘만월(full moon)’로 소개된다.
칼송 씨는 “서양에서도 만월에는 모든 사물의 정신이 깨어나고 영적으로 맑아진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작품은 나의 첫 공동 안무작으로 나의 무용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만5000∼5만 원. 02-704-642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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