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偶’도 ‘짝’이라는 뜻이다. ‘配’의 ‘짝’이라는 의미로부터 ‘짝지어 주다, 합치다, 걸맞다’라는 의미가 생겼다. ‘配列(배열)’은 ‘짝지어 늘어놓다’라는 말이다. ‘列’은 ‘늘어놓다’라는 뜻이다. ‘配列’은 흔히 ‘排列(배열)’로 쓰기도 하는데, 이는 ‘줄을 맞추어 늘어놓다’라는 말이 된다. ‘排’는 ‘줄’이라는 뜻이다. ‘配色(배색)’은 ‘색을 합치다’라는 말이고, ‘配合(배합)’은 ‘걸맞게 합치다’, 즉 ‘일정한 비율로 합치다’라는 말이다.
‘配慮(배려)’는 ‘걸맞게 생각하다’, 즉 ‘다른 사람의 입장에 걸맞게 생각하다’라는 말이다. ‘慮’는 ‘생각하다, 걱정하다’라는 뜻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配慮이다. ‘짝지어 주다’라는 의미로부터 ‘결혼하다’라는 의미가 나왔다. ‘婚配(혼배)’는 ‘결혼하다’라는 말이다. ‘결혼하다’라는 의미로부터 ‘교미시키다’라는 의미가 나왔다. ‘交配(교배)’는 ‘동식물을 교미시키다’라는 말이다.
‘짝’ 혹은 ‘짝지어 주다’라는 상황을 형상적으로 생각하여 보자. 이는 유사한 성질을 가진 두 개의 형상이 나란히 서 있는 모양일 것이다. 두 짝은 서로 분리돼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에 따라 ‘配’에는 ‘나누다’라는 뜻이 생겨났다. ‘配付(배부)’와 ‘配給(배급)’은 모두 ‘나누어주다’라는 뜻이다. ‘付, 給’은 ‘주다’라는 뜻이다. ‘나누다’라는 의미가 극대화되어 ‘귀양 보내다’라는 의미가 생겼다. 사람의 짝, 즉 부부를 가장 멀리 나누어 놓는 행위는 과거에는 귀양 보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配所(배소)’는 ‘죄인을 귀양 보내던 곳’을 말한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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