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만남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결혼인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適’에는 ‘시집가다’라는 의미가 있다. 시집을 가면 그 사람은 본처가 된다. 따라서 ‘본처, 정실(正室)’이라는 의미가 나타났는데, 이들은 곧 집안의 주인이므로 이로부터 ‘주인, 윗자리, 상위(上位)’라는 의미가 나왔다. 본처의 맏아들은 다시 그 집안의 주인이 되었으므로 ‘適’에는 ‘본처의 맏아들’이라는 의미가 생겼고, 이로부터 ‘세자’라는 의미가 나왔다.
본처 혹은 정실은 오직 한 사람이다. 이에 따라 ‘適’은 ‘홀로, 혼자, 다만, 단지’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만나는 사람은 본처만은 아니다. 만나는 대상은 곧 상대편이어서 ‘適’에는 ‘상대자, 상대편’이라는 뜻이 생겼고, ‘상대자, 상대편’으로부터 ‘원수, 적’이라는 의미가 나왔다.
이제 어떤 사물이 만나는 상황을 보기로 하자. 만났다는 것은 두 가지의 사물이 서로 잘 들어맞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適’에는 ‘알맞다, 맞추다, 같다, 어울리다’라는 의미가 나타났고, 이러한 의미로부터 ‘오로지, 한결같이’라는 부사적 의미가 생겼다. ‘알맞다, 맞추다, 같다, 어울리다’라는 의미로부터 다시 ‘당연하다, 즐기다, 기뻐하다’라는 의미가 나타났고, 이로부터 ‘생각대로, 마침, 우연히’라는 부사적 의미가 생겼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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