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쑥쑥 커 생활력 강해졌어요”…‘환타스틱’ 발매 이승환

  • 입력 2006년 11월 8일 03시 00분


‘어린왕자’에서 근육질 남자로 변신한 이승환. 그는 마지막 혼을 불태운 9집 앨범에 국악,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다.
‘어린왕자’에서 근육질 남자로 변신한 이승환. 그는 마지막 혼을 불태운 9집 앨범에 국악,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다.
혹자는 가수 이승환에 대해 이런 삼단논법을 떠올릴지 모른다. "가수 이승환은 현재 '패닉' 상태다" "이승환의 9집은 비참한 발라드 일색일 것이다" "이승환은 9집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할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2년 전 발표한 8집 '카르마'의 부진한 성적, 올해 4월 탤런트 채림과의 이혼 발표 등 데뷔 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이승환답지 않은 진지한 시간들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 그러나 그 뿐이다. 7일 오후 서울 성내동에 위치한 '드림팩토리' 녹음실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뽀얗고 주름없는 피부를 과시하고 있었다. 나타나자마자 "11일날 9집 '환타스틱(Hwantastic)'이 나와요. 제목 죽이죠? 아휴, 회사 기둥 뽑아서 만든 음반이에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는 여전히 이승환스럽다.

○ 복근왕자? 어떻게 이승환이 그래요?

"아휴 저 원래 진지한 거 싫어해요. 스스로 진지해지는 순간 몸에 벌레 2만마리가 돌아다니는 것 같아서… 우욱~ 사실 그간 많은 풍파를 거친 건 사실이지만 제가 워낙 명예를 중시하는 가수라…"

수다스럽고 '아줌마'스러운 모습은 여전했지만 그와 마주한 자리에서 낯선 변화를 감지했다. 갸름해진 턱선, 울퉁불퉁한 팔둑… 그의 모습이 달라졌다. "나보다 한 살 많은 배우 주성치가 영화에서 근육질 몸매를 뽐내는 걸 보고 열받았다"며 웃는 이 남자, 피터팬증후군에 걸린 어린왕자에서 이제는 '복근왕자'가 돼 있었다.

"체대 교수인 제 친구가 운동을 권했어요.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다며 4월경 유명 트레이너인 김준호 씨를 소개시켜줬는데 처음엔 죽는 줄 알았어요. 점점 운동에 빠져들다보니 어느새 주변 사람들에게 윽박지르고 스쿠터도 막 타더라고요. 남성 호르몬이 엄청 분비가 돼다보니…"

단순한 근육 운동이라 말하지만 그는 매일 3시간 씩 운동을 하고 닭가슴살만 먹었다. 어느새 좌우명까지 바뀔 정도라니 이만하면 9집 타이틀곡 제목처럼 '어떻게 이승환이 그래요?'라고 물어야겠다.

"'썩어도 준치'라는 좌우명이 '내일은 없다'로 바뀌었어요. 미래가 없다고 생각을 하다보니 하루하루 열심히 살게 되더군요. 공연 중에 힘들어도 뒤에서 헐떡거리는 한이 있더라도 관객들 앞에서 숨 안 찬 척 하고… 좀 더 생활력이 강해졌다고 할까요?"

○ 마지막 정규음반? 어떻게 이승환이 그래요?

그러나 음악 얘기를 하자 그는 어두워졌다. 9집은 오프라인에서 발표하는 그의 마지막 정규음반이라는 소식. 어째 그와는 맞지 않아 보였다. 그도 이젠 지친 것일까?

"음악은 울림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 전축 큰 스피커로 들었던 울림에 감동 받아 지금껏 음악을 해왔는데 컴퓨터에 딸린 스피커나 이어폰은 그 어떤 울림도 전달하지 못해요. 곧 CD란 매체가 없어진다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모든 열정을 쏟은 앨범을 만들었죠."

그는 "갈수록 조악해지는 음악시장에 대한 반발심이 9집의 원동력"이라며 웃는다. 'U2'의 전담 엔지니어 저메인 클락이 9집의 믹싱을 맡았고 4, 5집에 참여한 명 프로듀서 데이비드 캠벨도 타이틀곡 작업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 '웰 메이드 음반'에 대한 그의 의지가 엿보인다. 타이틀곡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비롯, 영화 '비밀'을 보고 만들었다는 '남편' 등 발라드 곡 뿐만 아니라 '롤러코스터'가 참여한 '소통의 오류', 록과 재즈를 섞은 '건전화합가요'나 록 발라드 곡 '프레이 포 미' 등 앨범에 수록된 13곡에는 크로스오버에 대한 그의 미련스러운 고민이 담겼다.

"이젠 정말 욕심도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엔터테이너만 살아남은 한국 음악계에 나 같은 중견가수가 활동하는 게 민망해져요. 얼마 전에는 '동방신기' 팬들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는데 절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이 형으로 알고 제게 항의를 하더군요. 10대들에겐 전 무명가수나 다름 없다네요…"

그러나 이내 다시 웃는다. "어렸을 적 이소룡을 보고 쿵푸를 배웠듯 운동을 하는 것도, 스쿠터를 산 것도, 꿈을 하나씩 이루어간다는 게 즐겁다"는 말을 남기며. 기분이 좀 좋아진 틈을 타 "이젠 아픈 추억을 다 잊었나요?"라며 슬쩍 떠봤지만 그는 웃기만 했다.

"혹시나 팬들이 9집을 듣고 저와 그녀를 떠올릴까봐 부담 되는 게 사실이에요. 에이, 모르겠다. 전 앞으로 행복이란 것도 필요없어요. 그저 불행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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