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로 부풀린 머리와 마스카라로 올린 속눈썹, 169cm의 늘씬한 몸매를 드러낸 ‘부츠컷 청바지’ 차림. 올해 2월까지 KBS2 ‘반올림’에서 사춘기 소녀 이옥림을 연기했던 고아라(사진)가 여성의 매력을 한껏 드러냈다. 아직 열여섯 살이지만 ‘반올림’의 이미지와 달랐다. 그는 20일 첫 방영하는 SBS ‘눈꽃’(월 화요일 오후 9시 55분)에서 유다미 역을 맡았다. 이 드라마는 김수현 작가가 쓴 같은 이름의 소설을 극화한 것이다.
“다미는 착한 딸에서 반항적으로 돌변하는, 양면적인 캐릭터예요. 김수현 작가님을 찾아가 연기 지도를 받고 소설도 계속 읽었습니다.”
‘눈꽃’은 모녀의 애증을 그린 작품이다. 이강애(김희애)는 이혼한 뒤 모범생 딸 다미를 키우며 유명 작가로 성공했으나 딸이 대학을 포기하자 서로의 갈등이 깊어진다. 방황하던 다미는 엄마가 암에 걸리자 뒤늦게 모녀의 사랑을 깨닫는다.
이종수 PD는 “첫 대본 연습을 할 때 ‘내면 연기를 못해 교체해야겠다’고 다그치자 펑펑 울더라”며 “다시 만났을 때, 김수현 작가가 눈빛부터 달라진 고아라를 보고 ‘가능성 있다’고 말해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또 고아라는 4만 대 1의 경쟁을 뚫고 일본과 몽골의 합작영화 ‘아오키 오오카미(푸른 늑대)’에 조연으로 캐스팅돼 촬영을 마쳤다. 이 영화는 일본에서 내년 봄 개봉된다. 그는 일본에서는 보아와 아무로 나미에 등 톱스타의 산실로 알려진 기획사 에이벡스 소속이다. 에이벡스는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고아라의 대형 광고판을 도쿄 시내에 내걸며 홍보하고 있다.
“행사나 연습실에서 보아 선배님을 마주치면 저도 모르게 90도로 인사해요. 선배님처럼 되는 게 꿈이에요.”
에이벡스 영상사업부 무로 마사타카(室正高) 과장은 고아라에 대해 “동서양의 매력을 겸비한 배우로 일본에서도 통할 것”이라며 “영화 상영 이후 지명도를 높여 본격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를 읊고 쓰는 것이 취미인 고아라는 힘들 때마다 랍비 주시아가 쓴 시 ‘도둑에게 배울 일곱 가지’를 떠올린다. ‘밤늦도록 일한다’ ‘값진 물건도 집착하지 않고 몇 푼의 돈과 바꿀 줄 안다’ 등 여러 구절이 배우의 마음가짐과 흡사하다는 이유다.
“주연보다 김희애 선배님처럼 ‘쟤 아니면 저 역을 누가 하겠어’라는 말을 듣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하얀 도화지에 이제 막 스케치를 시작했으니 완성될 때까지 지켜봐 주세요.”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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