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의 대박 속편의 유혹…흥행작들 잇달아 후속작 준비중

  • 입력 2006년 11월 9일 03시 01분


전작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 중인 영화 ‘마파도2’. 이문식과 할머니들이 그대로 나오고 이야기의 기본 구조도 같다. 사진 제공 프라임엔터테인먼트
전작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 중인 영화 ‘마파도2’. 이문식과 할머니들이 그대로 나오고 이야기의 기본 구조도 같다. 사진 제공 프라임엔터테인먼트
‘동갑내기 과외하기2’의 한 장면. 사진 제공 프라임엔터테인먼트
‘동갑내기 과외하기2’의 한 장면. 사진 제공 프라임엔터테인먼트
《‘가문 시리즈’의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사장은 고민을 거듭했다. ‘가문의 부활’은 흥행에 성공했지만(346만 명) ‘가문의 위기’에 비해 적었고 언론과 평단의 싸늘한 반응, 관객들의 식상함도 부담이었다. 결론은 ‘가문’을 버리자는 것. ‘조폭 가족’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가문’이라는 브랜드 네임은 포기한다. 다음 이야기는 한국 조폭 가족이 미국에 이민 가서 벌어지는 흑인 갱단과의 마찰, 백인 상류사회 안에서의 좌충우돌을 그린다. 미국과 합작으로 후년쯤 개봉 예정. ‘이름만 바꿨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또 다른 시리즈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올해 흥행 영화 대부분이 속편 제작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 영화에도 ‘브랜드’가 힘을 발휘한다는 증거다. 전편보다 성공하는 속편이 나오면서 심화된 현상. 전편을 이어받으면서도 새로움을 더해 차별화하는 게 성공의 관건이다.

● ‘타짜2’는 포커 소재로 구상

650만 명이 본 ‘타짜’의 경우 마지막에 고니(조승우)가 외국의 카지노 공중전화에서 수화기를 드는 장면 때문에 속편 제작 얘기가 나왔다. 싸이더스 FNH의 윤상오 이사는 “원래는 고니가 전화하면 화란(이수경)이 받는 장면인데 편집에서 잘린 것으로 속편 때문이 아니다”라면서도 “최종 결정은 안 났지만 포커를 소재로 한 속편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해 ‘타짜’의 브랜드화에 대한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국내관객 1300만 명을 넘기고 미국 개봉을 앞둔 ‘괴물’은 속편 제작을 위한 준비작업 중이다. 청어람 최용배 대표는 “속편을 한다면 우리 기술로 만들고 싶어 국내 컴퓨터 그래픽 회사들을 만나고 있으며 먼저 5∼10분 분량의 단편영화를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본질만 제외하고 완전히 새로운 창작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 만드는 게 낫다고 그는 말했다.

전편보다 성공한 속편 ‘투사부일체’(관객 610만 명) 제작사 시네마제니스는 3편의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여전히 조폭 코미디로 가되 학교라는 공간에서 벗어난다. 서정 이사는 “내년 하반기에 3편을 촬영하고 4편 정도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리스크 적지만 ‘+알파’ 공들여야

제작 중인 것도 많다. 전남 영광에서 촬영 중인 ‘마파도2’는 재벌 회장의 첫사랑을 찾는 이문식이 마파도에 표류하면서 할머니들과 겪는 일. 동화 신데렐라와 소설 소나기를 합친 얘기에 공간과 캐릭터는 그대로다. 반면 ‘동갑내기 과외하기2’는 전편을 뒤집었다. 이번에는 남자 대학생(박기웅)이 재일교포 교환학생(이청아)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내용. 시나리오 작가 7명이 동원돼 총 18개 버전의 시나리오를 만들었고 그중 하나를 골랐다.

1편의 흥행에 비해 2편이 주춤했던 ‘조폭 마누라’ 시리즈는 3편에 홍콩 스타 수치(舒淇)를 주연으로 하면서 ‘이번에는 홍콩 누님’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속편 제작 붐은 한국 영화가 산업적 토대를 갖추게 됐음을 의미한다. 한국영화의 강세가 2000년대 이후이니 당연히 최근 속편 제작이 많은 것. MK픽쳐스 정금자 마케팅 실장은 “전편의 흥행이 전제가 되는 것이고 관객의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마케팅 측면에서 리스크가 적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속편은 아이디어의 산물이 아니라 기획의 산물이라 잘돼도 크게 칭찬받기 어렵다”며 “항상 플러스 알파를 생각해 공을 들이지 않으면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2’나 ‘터미네이터2’ 등이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었지만 3편부터 ‘망가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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