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흥행 영화 대부분이 속편 제작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 영화에도 ‘브랜드’가 힘을 발휘한다는 증거다. 전편보다 성공하는 속편이 나오면서 심화된 현상. 전편을 이어받으면서도 새로움을 더해 차별화하는 게 성공의 관건이다.
● ‘타짜2’는 포커 소재로 구상
650만 명이 본 ‘타짜’의 경우 마지막에 고니(조승우)가 외국의 카지노 공중전화에서 수화기를 드는 장면 때문에 속편 제작 얘기가 나왔다. 싸이더스 FNH의 윤상오 이사는 “원래는 고니가 전화하면 화란(이수경)이 받는 장면인데 편집에서 잘린 것으로 속편 때문이 아니다”라면서도 “최종 결정은 안 났지만 포커를 소재로 한 속편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해 ‘타짜’의 브랜드화에 대한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국내관객 1300만 명을 넘기고 미국 개봉을 앞둔 ‘괴물’은 속편 제작을 위한 준비작업 중이다. 청어람 최용배 대표는 “속편을 한다면 우리 기술로 만들고 싶어 국내 컴퓨터 그래픽 회사들을 만나고 있으며 먼저 5∼10분 분량의 단편영화를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본질만 제외하고 완전히 새로운 창작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 만드는 게 낫다고 그는 말했다.
전편보다 성공한 속편 ‘투사부일체’(관객 610만 명) 제작사 시네마제니스는 3편의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여전히 조폭 코미디로 가되 학교라는 공간에서 벗어난다. 서정 이사는 “내년 하반기에 3편을 촬영하고 4편 정도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리스크 적지만 ‘+알파’ 공들여야
1편의 흥행에 비해 2편이 주춤했던 ‘조폭 마누라’ 시리즈는 3편에 홍콩 스타 수치(舒淇)를 주연으로 하면서 ‘이번에는 홍콩 누님’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속편 제작 붐은 한국 영화가 산업적 토대를 갖추게 됐음을 의미한다. 한국영화의 강세가 2000년대 이후이니 당연히 최근 속편 제작이 많은 것. MK픽쳐스 정금자 마케팅 실장은 “전편의 흥행이 전제가 되는 것이고 관객의 기대치가 있기 때문에 마케팅 측면에서 리스크가 적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속편은 아이디어의 산물이 아니라 기획의 산물이라 잘돼도 크게 칭찬받기 어렵다”며 “항상 플러스 알파를 생각해 공을 들이지 않으면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2’나 ‘터미네이터2’ 등이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었지만 3편부터 ‘망가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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