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부터 일본 만화잡지 ‘주간소년점프’에 연재되기 시작한 만화 ‘데스노트’는 “사신(死神)의 노트에 아는 사람 이름을 쓴다면?”이란 독특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여기에 사회정의, 죽음, 그리고 인간의 욕망에 대한 고찰이 뒤를 잇는다. 일본에서 단행본은 2100만 부가 팔렸고 애니메이션에 이어 제작된 영화 역시 일본 내 박스 오피스 4주 1위를 기록했다.
2일 국내에도 개봉된 이 영화는 첫 주 29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관객들은 인터넷상에서 “원작만 못하다” “영화가 더 낫다”며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12부작 만화, 그리고 2시간짜리 두 편(한국에서는 한 편만 개봉)으로 제작된 영화. 과연 당신은 어느 쪽 손을 들어줄 것인가?
● 영화>만화
12권짜리 만화 중 영화 ‘데스노트’ 1탄에 해당하는 것은 3권까지. 전체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분량을 담았기에 영화는 만화보다 템포는 느리지만 내용은 더 드라마틱하다.
이러한 요소를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주인공 라이토(후지와라 다쓰야)의 여자친구 시오리(가시이 유우). 원작에서는 비중이 거의 없지만 그녀는 영화에서 라이토의 연인으로 자주 등장한다. 죽은 FBI 요원 레이의 약혼녀가 라이토를 ‘키라’로 지목해 추궁하자 곤경에 처한 라이토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시오리를 죽인다. 비정한 남자 친구에게 억울하게 죽은 그녀 덕분에 영화는 드라마적 구조를 띤다.
● 영화<만화
영화의 흥행에도 불구하고 원작 만화가 낫다?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주인공 라이토. 전국 1등을 놓치지 않는 천재 고3, 날카로운 턱선, 비정한 웃음 등 원작 속 라이토는 얼음처럼 차갑다. 그러나 영화 속 라이토를 연기하는 후지와라의 모습은 둥근 얼굴형에 튀어나온 볼 살, 악하게 보이지 않는 큰 눈 등 겉모습부터 따뜻한 인상을 준다. 이 때문에 ‘정의’를 가장한 라이토의 비정한 모습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는 것.
여기에 본격적인 대결 직전 끝나는 허무함도 지적되고 있다. 영화는 라이토와 천재 명탐정 L(마쓰야마 겐이치)이 만나는 것으로 끝난다. 원작에서 보인 두 사람의 화려한 두뇌 싸움은 2탄으로 미룬 셈. 또 라이토에 이어 두 번째 ‘키라’ 역을 맡은 아이돌 스타 아마네 미사(도다 에리카)도 영화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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