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미친 개’라 불리던 거친 남자가 ‘해바라기 식당’의 모녀를 만나 진짜 가족이 돼 가는 영화 ‘해바라기’에서 주인공 오태식 역을 맡았다.
―최근 저축상을 받았다
“으흐흐, 돈 쓸 일이 별로 없어요. 돈 벌면 집에 생활비 보내고 여동생 학비 보내고 제 생활비는 거의 안 들어요. ‘짠돌이’는 아니에요. 밥도 막 30만 원어치 사고 그러는데요? 다만 쓸데없이 몇 백만 원짜리 옷은 안 사요. 우리나라 연예인 중에 제가 옷이 제일 없을걸요. 친구들이 옷 훔쳐 가려다 ‘입을 게 없다’고 투덜대요.”
“액션 정말 싫어해요. 이번이 마지막. 쇠파이프에 스펀지 씌워서 때리는데 잘못 맞으면 기절하죠. 뒤통수를 그걸로 맞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비틀거렸어요. 보시면 ‘오, 고생했네’ 하실걸요. 근데 액션은 예고편에 나온 게 전부. 전체적으로는 가족 이야기예요.”
―오태식이라는 인물은 ‘술 마시면 개’라고 표현돼 있는데….
“오태식은 표현할 길이 없어 꾹 누르고 살아온 인물이에요. 억눌린 게 술 마시면 나오는 거죠. 저요? 그 사정 모르는 사람은 이런 얘기 못하지 않을까요? 물론 ‘개’가 되진 않지만 술 마시면 좀 변해요. 제가 혼자 산 지 14년이에요. (그의 고향은 강릉이다)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많이 외로웠던 것 같아요.”
(밥을 못 먹었다는 그는 홍보대행사 직원이 건넨 샌드위치를 받고 머뭇거리다 기자가 “먹으면서 하라”고 하니 연방 “아, 이래도 되나” 하고 미안해하며 기자에게 한쪽을 권했다.)
―영화 때문에 전신에 문신을 했다고….
“에어브러시로 그리는데 한 번에 20시간 걸려요. 그걸 대여섯 번 했죠. 처음엔 책도 보고 잠도 자고 했는데 나중엔 너무 지루해서 제가 다른 스태프 몸에 막 그려줬어요.”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진짜 가족이 돼 가는 얘기다. 느낀 게 많을 것 같다.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번에 정말 새롭게 느꼈어요. 제가 혼자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 가족들에게 의논조차 잘 안 했거든요. 전 뭐든지 가족들과 더불어 하는 게 행복인 걸 몰랐던 것 같아요.”
―영화에 같이 나오는 김해숙, 허이재와의 촬영은 어땠나.
“김해숙 선생님한테는 지금도 ‘어머니’라고 해요. 제가 남한테 속 얘기 잘 안 하는데… 처음부터 인연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재는 귀여워요. ‘오빠, 저는요, 저는요’ 하면서.”
―왜 그렇게 아줌마 팬이 많은가. 혹시 기억에 남는 팬이 있나?
“왜죠? 저도 궁금해요. 진짜 거의 아줌마예요. 제가 모성본능을 자극하나요? 한 일본 아줌마는요. 진짜 돈이 많은가 봐요. 제가 일본에 가기 전날이면 한국에 와서 같은 비행기 옆자리 끊고 가면서 한마디도 안 시키고 보기만 하다가 명품 옷이나 시계를 선물해요. 다른 아줌마는 ‘평생 쓰라’며 신용카드를 건네는데… 정말 ‘섬뜩’하더라고요. 안 받으니까 다음엔 기프트 카드. 마음은 알겠는데, 어우, 좀….”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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