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점 깊숙한 곳에 있는 환상의 도서관에서 책이 자꾸 사라진다. 그 빈자리엔 無만 남는다.
도서관이 없어지기 직전…. 환상세계가 위험하다.
용감하지도 않고 힘든 결정을 척척 내리지 못해도….
마음이 따뜻하고 책을 좋아한다면 환상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될 수 있어.
망설이지 마라. 지금 떠나라.》
독일의 유명한 작가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에서 주인공 바스티안에게 책 ‘끝없는 이야기’를 슬쩍 건네준 사람은 고서점 주인 카를 콘라트 코레안더다. 현실에서 너무나 보잘것없는 소년 바스티안은 이 책을 우연히 읽고, 환상세계를 구하러 책 속으로 들어가 흥미진진한 모험을 한다. 다시 현실로 되돌아온 바스티안은 모험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가지고 현실과 맞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그럼 바스티안에게 ‘끝없는 이야기’라는 책을 준 고서점 주인 카를은 어떤 사람일까? 미하엘 엔데가 발굴했다는 작가 랄프 이자우는 그가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이었다’고 전한다.
이 책 ‘비밀의 도서관’은 바로 고서점 주인 카를의 모험 이야기다. 그가 어떻게 타데우스 틸만 트루츠를 이어 고서점 주인이 됐는지를 얘기한다. 물론 모험은 아무도 모르게 고서점 안 깊숙이 자리한 ‘비밀의 도서관’에서 펼쳐진다. 분량이 600쪽에 가깝지만 환상세계는 모험으로 가득 차 있어 지루하지 않다.
역사를 공부했지만 불편한 질문으로 교수들의 심기를 건드려 대학에서 쫓겨난 스물네 살의 주인공 카를. 책에 둘러싸여 살고 싶다는 꿈으로 트루츠의 고서점에 취직한다. 그러나 트루츠는 사라져 버리고, 그를 찾아 서점 안으로 들어간 카를은 난쟁이 책송곳 알파베타감마를 만난다. 알파베타감마는 그곳이 환상의 도서관이며 도서관장인 트루츠가 카를을 후임관장으로 물색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왜 환상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현실에서는 보잘것없는 카를일까? 이자우는 그가 상상력이 풍부하고 마음이 따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무엇보다도 책을 좋아한다. 책은 상상력의 보고다.
이 책에서 환상세계를 위협하는 ‘다섯 얼굴의 고감’은 ‘악’이 아니라 ‘무’를 퍼뜨리려 한다. 선과 악은 창조와 파괴를 거듭하며 생명을 새롭게 만들어 가지만 무는 ‘아무것도 아닐’ 뿐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환상세계가 무로 가득하다면 그 반영인 현실 또한 삭막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책 ‘비밀의 도서관’은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란 책이 고서점에서 어떻게 진짜 독자 바스티안을 기다리게 됐는지를 얘기한다.
그러나 엔데의 이야기는 잊어도 좋을 듯싶다. 이 책은 이 책대로 용감하지도 않고 힘든 결정을 거침없이 척척 내리지도 못하는 ‘보잘것없는 보통 아이들’을 모험 가득한 환상세계로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될 수 있는 꿈을 주기 때문이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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