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량휴업일? 키번호? 목례? 방학식? “암호 해독한 기분”

  • 입력 2006년 11월 11일 03시 00분


서울대 한국어교육 석박사 과정에 다니면서 동포를 위해 학교생활 용어 등을 번역하고 있는 외국인들. 왼쪽부터 박비아체슬라바, 조니나, 어트겅체첵 씨, 박준홍 다문화프로젝트 보조연구원. 이종승 기자
서울대 한국어교육 석박사 과정에 다니면서 동포를 위해 학교생활 용어 등을 번역하고 있는 외국인들. 왼쪽부터 박비아체슬라바, 조니나, 어트겅체첵 씨, 박준홍 다문화프로젝트 보조연구원. 이종승 기자
“방학식은 방학 전에 하는 회식인가?”

“목례는 목으로 하는 인사?”

서울대 한국어교육 석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 20여 명은 요즘 이런 질문을 주고받느라 바쁘다. 이들은 한국의 학교생활 용어를 수수께끼 풀 듯 해독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머리를 맞대도 뜻을 알 수 없으면 한국 친구들이나 교수에게 ‘구조’를 요청한다.

이들은 올여름부터 한국 학교생활 지도 자료, 학교생활 용어집, 상담 기법 및 상담 사례 등 A4용지 150장 분량의 자료를 고국 언어로 번역하고 있다. 한국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동포들이 문화적 차이나 언어 장벽으로 자녀의 학교생활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영어 일본어 러시아어 중국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 몽골어 등 8개 언어로 자료들이 번역되고 있다.

어트겅체첵(30·여·몽골) 씨는 “무제공책, 알림장, 재량휴업일, 지점토 등 모르는 단어가 종종 나온다”며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문방구에 직접 가서 확인하고 번역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타지아나(26·여·러시아) 씨는 “러시아에서는 학생들에게 번호를 매기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키 순서대로 번호를 매기는 ‘키 번호’가 있어서 신기했다”며 “엄마가 학교에 자주 가고, 아이들에게 챙겨 줘야 할 게 많은 것도 러시아와 다르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국제결혼 자녀, 외국인 이주노동자 자녀 등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지자 서울대에 학교생활 용어 등을 번역하는 일을 맡겼다. 교육부는 번역된 자료를 국제결혼 가정 및 외국인 이주노동자 가정에 전달할 계획이다.

응우옌티후옹센(28·여·베트남) 씨는 “먼 나라에서 한국으로 시집와 힘들게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와 말이 잘 통하지 않아 힘들어하는 동포를 많이 봤다”며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이 외국인 엄마를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