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1920년 4월 20일자에 실린 일본 민예연구가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의 기고문 ‘조선 벗에게 드리는 글’이다. 여기에는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했던 한 일본인의 애틋함이 배어 있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특히 ‘조선 도자기의 아름다움과 그 성질’ ‘조선의 가옥’ ‘조선의 석공’ ‘조선 자기의 7대 불가사의’ ‘조선의 민화’ 등에 관한 저술 활동을 통해 한국 전통미를 찾아내 널리 알렸다. 1921년 6월 경성(현 서울)에서 연 강연에서도 “일본의 고대 예술은 대부분 조선에 그 연원이 있다. 호류(法隆)사나 나라(奈良)박물관에 가 보면 대부분 조선 예술품의 모조품”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문화적 기억-야나기 무네요시가 발견한 조선 그리고 일본’전은 한국미에 매료된 그가 우리나라를 20여 차례 오가며 수집한 도자기 목기 석기와 일본 민예품을 나란히 선보여 두 나라의 생활 미학을 비교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야나기 컬렉션이 대부분 실생활에서 사용돼 손때가 묻은 자기나 공예품이라는 점이다. 그는 민중의 예술과 공예라는 의미로 ‘민예(民藝)’라는 용어를 만들고 조선과 일본 민중의 삶이 담긴 공예품을 수집했다.
전시 품목은 그가 세운 일본민예관의 소장품 200여 점과 다큐멘터리 자료 60여 점이다. 전시장 1층에서는 그가 쓴 원고와 사진들을 전시 중이다. 경복궁 내 조선민족미술관을 설립한 일과 일제가 총독부 건물을 짓기 위해 광화문 철거 계획을 발표하자 반대하는 글을 동아일보에 기고한 원고 등을 선보이고 있다. 2층에서는 조선 초기의 막사발인 ‘회유 오이도 다완(灰釉大井戶茶碗)’을 비롯한 ‘백자호수병’ ‘진사호작문항아리’ ‘돌냄비’ ‘석조물주전자’ 등 한국의 민예품과 일본의 ‘자연유 야마 다완(自然釉山茶碗)’ ‘백자사각그릇’을 비교 감상할 수 있다.
나카미 마리 일본 세이센여대 문화사학과 교수는 10일 오후 동아미디어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야나기 무네요시에 대해 한국의 미를 비애의 미로 표현했다는 비판이 있으나, 그는 조선의 미를 ‘위대한 미’ ‘위엄의 미’ 등 복합적으로 일깨웠다”며 “그는 조선의 사람 자연 사물을 유기적으로 관련시켜 하나의 생명으로 파악하는 민족문화관을 가지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전시는 2007년 1월 28일까지(월요일 휴관). 성인 5000원, 초중고교생 3000원. 02-2020-2055
허 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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