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7>注

  • 입력 2006년 11월 1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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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注(주)’에는 다양한 뜻이 있다. ‘注’는 ‘수’와 ‘主’가 합쳐진 한자이다. ‘主’는 갑골문에서는 ‘나무에 붙은 불’을 나타낸다. 나무에 불이 붙는 것은 곧 산불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注’는 ‘물’과 ‘산불’의 관계를 곧 ‘산불이 나는 곳에 물을 붇는 상황’을 표시한다. 따라서 ‘注’의 가장 기본적인 뜻은 ‘물을 대다, 물을 붓다, 물을 따르다, 물을 쏟다’가 된다. 이로부터 ‘물이 흐르다’라는 의미가 나오고, 다시 이로부터 ‘비가 내리다’라는 뜻이 나온다.

산불이 난 곳에 가서 물을 대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이 모여야 한다. 그러므로 ‘注’에는 ‘모으다, 모이다’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注目(주목)’은 ‘눈을 모으다’라는 뜻이다. ‘注目하세요’라고 말하면 그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물을 붓는 것은 곧 물을 쓰는 행위이다. 이에 따라 ‘注’에는 ‘물을 쓰다, 사용하다’라는 의미가 나타났고, 물을 사용하기 위해 ‘물을 담아 놓는 그릇’이라는 의미가 나타났다. 옛날에는 붓을 빨고 먹을 갈아서 글자를 썼다. 이 행위가 물을 사용하는 행위로 보였다. 따라서 ‘注’에는 ‘적다, 기록하다’라는 의미가 생겨났다.

무엇을 적거나 기록하는 행위는 곧 행위자의 생각을 적는 것이기 때문에 이로부터 ‘뜻을 쏟다, 마음을 쏟다’라는 의미가 나타났고, 다시 이로부터 ‘풀이하다, 註(주)를 쓰다, 註(주), 註解(주해)’라는 의미가 나타났다. ‘註’는 내용의 어려운 부분을 해설하여 준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註解書(주해서)’는 ‘어떤 책을 좀 더 알기 쉽게 풀이하여 쓴 책’이라는 뜻이다. ‘注入(주입)’은 ‘물을 쏟아 붓듯이 들어가게 하는 것’을 말한다. ‘入’은 ‘들어가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注入式敎育(주입식교육)’을 싫어한다. ‘注射(주사)’는 ‘물을 부어 적중시킨다’는 뜻이다. ‘射’는 ‘쏘다, 적중시키다’라는 뜻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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