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8>養民致賢

  • 입력 2006년 11월 15일 03시 00분


정치에 뜻을 두는 사람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의 요체는 현명한 사람을 모으는 일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정치의 원리이다. 그러므로 정치에 뜻을 두는 사람은 현명한 사람을 모으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찾는다. 공로에 따라 권력의 일부를 나누어 준다고 약속하기도 하고, 또 다른 경우에는 금전 제공을 약속한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과연 현명한 사람이 모일까?

‘養民致賢(양민치현)’이라는 말이 있다. ‘養’은 ‘기르다, 봉양하다’라는 뜻이다. ‘敎養(교양)’은 ‘가르치고 기르다’라는 뜻이다. ‘奉養(봉양)’은 ‘부모님이나 윗사람을 받드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養民’은 ‘백성을 부모나 윗사람 모시듯이 받드는 것’을 나타낸다. ‘致’는 ‘도달하다’라는 뜻이다. ‘一致(일치)’는 ‘모든 것이 하나로 도달하다’라는 뜻이므로 ‘모두 들어맞는다’는 의미가 된다. ‘極致(극치)’는 ‘극에 도달하다’라는 뜻이므로 ‘가장 높은 상황에 이르다’는 말이 된다. ‘賢’은 ‘현명하다’라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현명한 사람’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致賢’은 ‘현명한 사람이 도달한다’, 즉 ‘현명한 사람이 온다’는 뜻이다. 이를 합치면 ‘백성을 부모나 윗사람 모시듯이 받들어야만 賢者(현자)가 모여든다’는 말이 된다.

賢者는 권력을 나누어 준다고 모여들지 않는다. 賢者는 금전을 준다고 모여들지 않는다. 이러한 두 가지로 모이는 사람은 이미 賢者가 아니다. 고대의 賢者는 백성을 부모나 윗사람처럼 모시는 왕에게만 모여들었다. 백성을 부모나 윗사람처럼 모시는 것은 어려운 일인가?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백성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이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왕이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사람을 모으고,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을 모을 때, 賢者는 모이지 않는다. ‘養民致賢’, 이는 漢나라 高祖(고조)에게 그의 충신인 蕭何(소하)라는 사람이 권했던 방법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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