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의 福을 빌어주던 동물들…‘상상과 길상의 동물’전

  • 입력 2006년 11월 15일 03시 00분


19세기 작품인 ‘업경대’는 염라대왕 앞에 가면 평생의 업을 비춘다는 거울이다. 밑받침에 있는 동물은 해태. 사진 제공 호암미술관
19세기 작품인 ‘업경대’는 염라대왕 앞에 가면 평생의 업을 비춘다는 거울이다. 밑받침에 있는 동물은 해태. 사진 제공 호암미술관
한국 전통미술에 등장하는 동물은 인간의 염원을 상징하는 존재다. 고구려 사신도에 나오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비롯해 용 봉황 학 등 상상과 현실의 동물들이 인간과 자연을 소통시키는 매개체로 시대를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은 내년 2월 28일까지 ‘상상과 길상의 동물’전에서 미술 작품 속 동물에 깃든 조상들의 소망을 전한다. 50여 점의 전시품은 12세기 고려 때 제작된 청자기린향로를 제외하면 모두 조선시대 작품들. 전시는 ‘상상 속의 동물, 권위가 장생을 지키다’와 ‘오랜 친구 우리의 행복을 빌어 주다’ 등 두 코너로 나뉜다. 용이나 봉황에 깃든 장생과 권위에 대한 바람, 호랑이 등을 통한 기복(祈福)사상을 목기 민화 금속공예 청화백자 등을 통해 만날 수 있다.

15세기 조선 전기에 만들어진 보물 786호 ‘청화백자운룡문병(靑華白瓷雲龍文甁)’은 비구름과 함께 운룡을 품고 있는 백자다. 운룡은 비를 내리게 하는 능력이 있어 큰 가뭄이 들었을 때 운룡 그림을 물속에 던졌다고 한다.

19세기 작품인 ‘업경대(業鏡臺)’는 염라대왕 앞에 가면 평생의 업을 비춘다는 거울이다. 선악과 시비를 판단한다는 상상의 동물 해태가 거울을 받치고 있다.

정조 때 화가로 난초와 대나무를 잘 그린 임희지(1765∼?)의 노모도(老貌圖)는 잡귀를 쫓아낸다는 상상의 동물 ‘모’를 친근하게 그린 작품이다. 이런 동물 그림은 조선 초기에는 사대부가에서 유행했으나 신분제가 느슨해진 말기에는 민화를 통해 서민층으로 확산됐다.

관람료 3000원(학생) 4000원(어른). 031-320-1801

허 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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